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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지지자의 '무식한 물타기'?…"'이순신, 관노와 잠자리'는 허위 왜곡"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0.07.15 00:00 수정 2020.07.14 17:07

"관노(官奴)는 남자 종…여자 종은 관비(官婢)

난중일기 해당 문장 숙(宿)에 동침 의미 없어

백의종군 중인데 관비와 관계를? 타당성 결여

백사 이항복도 '여색 가까이 하지 않았다' 진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고향인 충남 아산 출신의 이명수 미래통합당 의원이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와 관련해 이순신 장군을 빗댄 부적적할 글이 SNS를 통해 여과없이 전달되는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고향인 충남 아산 출신의 이명수 미래통합당 의원이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와 관련해 이순신 장군을 빗댄 부적적할 글이 SNS를 통해 여과없이 전달되는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명수 미래통합당 의원이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의 비서 성추행 의혹을 '물타기' 하기 위해 극렬 여권 지지자들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까지 등장시키는 현실에 개탄하며, 이 장군을 대신해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명수 통합당 의원은 14일 오후 이른바 '이순신, 관노와 잠자리' 글로 박원순 전 시장 비호를 시도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글과 관련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의원은 이순신 장군의 고향인 충남 아산을 지역구로 하는 4선 중진의원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명수 의원은 "박원순 전 시장의 지지자로 보이는 분이 인터넷을 통해 '난중일기에서 관노(官奴)와 잠자리에 들었다는 구절 때문에 이순신이 존경받지 말아야 할 인물이냐. 그의 제사를 지내지 말라는 것이냐'라고 써서 올렸다"라며 "이 글이 언론매체를 통해 국민들께 여과없이 전달되면서, 수많은 국민들이 '이순신 장군이 관기(官妓)와 잠을 잤다'는 것으로 잘못 알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난중일기 1597년 4월 21일자의 '저녁에 여산의 관노의 집에서 잤다(夕宿于礪山官奴家)'는 문장은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하러 경남 합천으로 가던 중에 날이 저물어 익산시 여산면 관아에 속한 남자 종의 집(官奴家)에서 하룻밤 유숙했다는 것"이라며 "여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위해 이명수 의원은 이순신 장군 '난중일기' 연구의 권위자인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 순천향대 이순신연구소 등과 연락해 권위 있는 전문 연구가의 자문을 취합했다고 밝혔다.


이명수 의원이 밝힌 여권 지지자의 글이 허위 왜곡인 근거는 네 가지다. △관노는 남자 종이지 여자 종이 아니라는 점 △숙(宿)이라는 한문 동사에 성관계·동침의 의미가 없다는 점 △이순신 장군이 당시 벼슬 없이 백의종군 중이라 관비와 관계를 할 수 없다는 점 △동시대 인물들도 이순신 장군이 여색을 가까이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는 점 등이다.


이순신 고향 지역구로 둔 이명수 해명 기자회견
"잘못된 글 언론 타면서 국민들이 잘못 알게 돼
위대한 영웅을 '물타기' 하기 위해 등장시켰다
더 이상 충무공을 이념편향의 도구로 악용 말라"
친문(친문재인)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 지난 11일 게시된 글. 여권 지지자로 보이는 글쓴이가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의 비서 성추행 의혹을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서 '관노의 집에서 잤다'는 문장을 끌어들여 빗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친문(친문재인)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 지난 11일 게시된 글. 여권 지지자로 보이는 글쓴이가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의 비서 성추행 의혹을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서 '관노의 집에서 잤다'는 문장을 끌어들여 빗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 의원은 "관노(官奴)는 남자 종을 의미하는 것이며 여자 종은 비(婢)"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노(奴)는 한자 전환을 하면 첫 번째 페이지 7번 한자에 '종 노'라고 표기되며, 비(婢)라고 해야 두 번째 페이지 6번 한자로 '여자종 비'가 나온다. 관노는 남자 종이기 때문에 여산 관노의 집에서 잤더라도 성관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또, 이 의원은 "전문 연구가에 따르면 당시 성관계·동침을 의미하는 한문의 글자는 근(近), 포(抱)가 일반적으로 쓰였다"며 "난중일기 해당 문장에 쓰인 숙(宿)은 단순한 숙박을 의미한다는 게 권위 있는 전문 연구가들의 견해"라고 전했다.


1597년 당시는 이순신 장군이 모함을 받고 하옥됐다가 모친상을 당한 뒤 벼슬 없이 백의종군을 하던 때라, 공무로 이동하는데도 관노의 집에서 잘 수밖에 없었는데 하물며 성관계를 위한 관비를 제공받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이명수 의원은 "1597년 당시는 이순신 장군이 모친상을 당하고 상중출사(喪中出仕)해서 백의종군을 하던 때"라며 "관비와의 성관계를 연관짓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타당성이 결여됐다"고 반박했다.


마지막으로 이 의원은 "이순신 장군과 동시대 인물인 백사 이항복도 고통제사이공유사(故統制使李公遺事)에서 '이순신은 일찍이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았다'고 표현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항복은 서인 계열인 반면 이순신 장군은 동인 중에서도 남인에 속해 당색이 다르기 때문에, 이항복이 근거없이 이 장군에 대한 이러한 구절을 서술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이날 이명수 의원의 기자회견에 따르면 여권 지지자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 성추행 의혹을 비호하기 위해 난중일기에서 이순신 장군이 '여산 관노의 집에서 잤다'는 문장을 끌어들인 것은 목적도 '물타기' 의도라 저열할 뿐 아니라, 그 끌어들인 내용조차도 허위 왜곡이라는 셈이 된다.


이명수 의원은 "이순신 장군이 관노와 성관계를 했다는 표현은 역사적 사실과 전문가들의 견해에 비춰 엄연한 허위사실"이라며 "위대한 영웅을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물타기' 하기 위해 허위사실에 근거해서 비교 인물로 등장시켰다"고 분개했다.


나아가 "이순신 장군 고향 아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국회의원으로서 역사적 사실관계를 밝힌다"며 "더 이상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이념 편향의 도구로 악용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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