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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반도' 연상호 "누가 봐도 '평등한' 영화 만들고 싶었죠"

부수정 기자
입력 2020.07.14 07:00 수정 2020.07.13 22:11

"'부산행'과 비교 어쩔 수 없어…기분 좋은 일"

다채로운 플랫폼…콘텐츠 제공 기회 확장

'반도' 연상호 감독.ⓒ뉴

"누구는 아는데, 누구는 모르는 주제의 영화는 불평등하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메시지가 담긴 영화가 좋은 작품이죠. 누가 보든 같은 메시지를 느꼈으면 합니다."


'반도'로 돌아온 연상호 감독(43)이 '반도'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보편성'이다. 보통 사람들을 통해 보편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싶단다.


'반도'(감독 연상호·15일 개봉)는 '부산행'(2016) 이후 4년의 세월이 흐른 뒤 폐허가 된 땅에서 최후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종말 이후)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는 인간과 인간의 이야기를 좀비물과 엮어 흥미롭게 보여준다.


13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연상호 감독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대변하는 영화는 야만성을 통해 휴머니즘을 보여준다"며 "'반도'도 같은 맥락에 있으며, 영화를 통해 보편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고 밝혔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콘셉트는 '부산행' 시작할 때부터 생각했다. '부산행'과 비교는 으레 거치는 관문이다.


"'부산행' 성공 이후 속편에 대한 관심이 높았죠. 시나리오를 보낸 분들도 많았고요. 하하. 영화를 만들 때마다 '부산행'을 언급해주시는 건 피할 수 없는데, 저한테는 감사한 일이죠. 이번에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구현하고 싶어서 '반도'를 만들게 됐습니다."


'반도' 연상호 감독.ⓒ뉴

'부산행'이 좀비와 인간의 사투에 집중했다면, '반도'는 좀비떼 외에 인간과 인간의 사투에 집중했다. '부산행'과 완전 별개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에 사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려냈다. 연 감독은 극 중 인물들을 '시시한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야만성을 지닌 631부대는 자극에 의해 움직이는 변종 좀비라고 해석했다.


'반도'에서 돋보인 건 여성 캐릭터다. 엄마 민정(이정현 분), 준이(이레 분), 유진(이예원 분)이 나서서 좀비들을 때려잡는 모습에선 쾌감이 몰려온다. 연 감독은 "'부산행', '염력' 까지만 해도 관성적인 시선으로 캐릭터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성이 주체적인 캐릭터로 나서는 사회적인 흐름을 반영했다. 초반 서사는 정석(강동원 분)이 시작하지만, 중반부터는 여성 캐릭터가 메인으로 나선다. 강동원 배우가 불만을 가지지 않고 더 즐기면서 연기해줘서 고마웠다"고 설명했다.


민정과 그 아이들이 사는 세계에 대해선 "아이들을 바라보고 사는 사회"라며 "좀비가 없었던 시대를 살지 않은 아이들은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그냥 보통의 사회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민정이 아이들과 함께해서 631부대와 다르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부산행'과 가장 큰 차이점은 공간이다. '부산행'은 좁고 한정된 기차를 배경으로 했지만, '반도'는 공간이 넓어졌다. 좀비들의 움직임 역시 고민했다.


"초반에는 '부산행' 때 좀비들의 아크로바틱(공중기예)한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좁은 공간 속에서 뛰어다닌 듯한 좀비에 중점을 뒀었는데, 이번에는 바닥에 눌러붙은 좀비, 불에 탄 좀비,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좀비 등 좀비들의 또다른 모습을 넣고 싶었습니다."


엔딩 역시 '부산행'과 달리 희망적이다. 연 감독은 "이 영화 자체가 정석의 감정이라고 판단했고, 대사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자 했다"고 얘기했다.


'인간다움'에 대해 고민한 듯한 연 감독은 결혼 후 아기가 생기고 난 후 여러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아이가 불행한 일을 겪지 않았으면 했어요. 근데 한 편으론 험난한 과정을 겪지 않으면 나중에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을 공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죠.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염치를 알고 사는 게 가장 중요하죠."


'반도' 연상호 감독.ⓒ뉴

'부산행' 이후 'K-좀비물'이라는 명칭이 생겼고, 이후 '창궐', '킹덤', '#살아있다' 등 K-좀비물이 여럿 나왔다. 좀비물은 이미 익숙해진 상황이고, 좀비물에 대한 관객들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연 감독은 "앞으로도 'K-좀비물'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며 "'좀비물끼리 꼭 비교해야 하나 싶다. 다양한 이야기와 배경을 내세운 좀비물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연 감독은 최근 최규석 작가와 함께 작업한 웹툰 '지옥'을 책으로 출간한 데 이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 중이고, 극본을 쓴 tvN 드라마 '방법'의 시즌 2는 영화로 만들 예정이다. 채널과 플랫폼이 많아진 덕이다.


"플랫폼이 어마어마하게 진화했죠. 이제 플랫폼의 성격을 무시한 채 영화를 만들긴 힘듭니다. 극장만 목표로 했다면 제 작품의 스펙트럼이 좁아졌을 겁니다. 극장용으로 만들었을 때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 한정됐기 때문이에요. 플랫폼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다채로운 기획물을 낼 수 있었습니다. 영화라는 한 패키지에 콘텐츠를 쏟아붓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몇 년 전부터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는 그는 오늘날 우리가 보는 영화의 수준이 달라졌다고 했다. '반도'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시대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관객과 만난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건 일종의 나들이라고 생각해요. '반도'는 예전에 제가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을 때는 떠올리며 만들었습니다. 관객들이 오랜만에 기분 좋은 나들이를 마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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