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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치' 외화예탁금 공짜로 빌려 쓰는 증권사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0.07.14 05:00 수정 2020.07.14 00:44

해외주식 거래 증가하자 올 7월 외화예탁금 62조원으로 2년 새 45% 폭증

지급 관련 규정 없어 증권사 이용료 지급 안 해…"관련 규정 재정비 해야"

해외주식 직접투자 수요 급증으로 외화예탁금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수수료 지불 없이 빌려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해외주식 직접투자 수요 급증으로 외화예탁금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수수료 지불 없이 빌려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해외주식 직접투자 수요 급증으로 외화예탁금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수수료 지불 없이 빌려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화자산거래 실익이 적은데다 수수료 지급 강제규정이 없어서라는 증권사의 입장이지만, 해외주식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정당한 지급이 이뤄지는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외화증권예탁결제 보관잔액은 520억190만 달러(약 62조4074억원)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417억8210만 달러(50조1426억원) 대비 24.4% 늘어난 규모다. 2년 전 같은 기간의 358억3954만 달러(43조110억원)과 비교하면 45% 급증했다. 주식매수기준 예탈결제규모를 봐도 지난 6월 97억533만 달러(약 11조6755억원)로 전년 동기 24억9827만 달러(3조54억원) 보다 288.4%(72억706만 달러) 급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화예탁금이 늘어난 이유는 개인투자자의 대규모 유입효과가 해외주식으로까지 번졌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지난해 연간 거래액인 409억 달러(약 49조원)보다 82.6%(338억 달러) 더 많은 747억 달러(89조원)을 기록했다.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구매하기 위해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 놓은 돈이다. 증권사는 이 돈을 빌려 신용융자거래 등에 사용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이자개념의 이용료를 고객에게 지급한다.


하지만 외화예탁금은 이용료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금융투자회사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 제3-5조에 따르면 증권사는 ▲위탁자예수금 ▲집합투자증권투자자예수금 ▲장내파생상품거래예수금에 대해서만 이용료를 지급하면 된다. 증권사는 외화자산을 운용해 거둔 수익에서 비용을 차감해 순수익이 발생할 경우에만 예탁금 이용료를 지불하면 된다.


증권사들은 과거 외화예탁금이 많지 않았다는 상황을 이용료를 지급하지 않은 이유로 꼽는다. 예전에는 해외주식 거래고객들이 예탁금을 쌓아두기보다는 필요할 때 외화를 원화로 환전해 그때그때 대금을 지급했던 만큼 예탁금 규모 자체가 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모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그렇게 큰 금액을 장기간 두는 고객이 거의 없는데다 해외 통화가 워낙 다양해서 이를 일일이 적용할 기준이 없어 제도 도입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최근에는 늘어나는 거래량 때문에 각사가 도입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데일리안 ⓒ데일리안

현재 국내 증권사 가운데 외화예탁금 이용료를 지급하는 곳은 미래에셋대우 뿐이다. 미래에셋은 지난해 11월 미국 달러 외화예탁금에 대해 이용료를 지급하겠다고 결정했다. 3개월 평균 잔고가 500달러 이상이면 연 0.1%, 500달러 미만일 경우에는 0.05%를 제공한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달러자산을 포함한 외화자산이 일정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이와 관련한 예탁금이용료를 지급할 상황이 됐다"며 "고객에게 보다 나은 수익을 제공하기 위해 지급을 결정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예탁금이용료가 원화 기준으로도 낮아지는 추세라 고객에게 실익이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달 30일 원화예탁금 이용료율을 0.01%로 인하했다. SK증권 역시 지난 13일 예탁금 이용료율을 0.10%까지 떨어뜨렸다. 특히 저금리·저성장 시대가 지속되면서 0.1%의 금리를 아쉬워하는 고객이 많은 만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이 적극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로금리에 가까운 현실에서 예탁금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제도도입에 대한 각 증권사의 관심도가 높기는 힘들어 보인다"면서도 "추후 시장 상황이나 금리가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지 모르고 고객 유입이 늘어나는 만큼 업계가 의견을 수렴해 원칙을 정하는 방향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증권사의 이 같은 거래방식이 자본거래 기본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증권사들도 관련된 규정 신설에 힘써 고객 수익 극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외화예탁금 자체가 외국환은행 등에 분산 예치되거나 통합증거금 도입 등으로 인해 실익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해외주식 거래대금과 함께 예탁금이 늘어나고 있는데다 이용료 자체가 빌린 돈의 이자 개념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지급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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