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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성’ ‘결속력’ 외친다…달라진 여성 뮤지션들의 목소리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7.12 10:07 수정 2020.07.12 10:08

ⓒ엠넷 ⓒ엠넷

“경쟁하기보다는 서로 지원하는 성공적 여성 래퍼들이 다수 있는 시점에 와 있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은 “다른 음악 산업들과 마찬가지로 힙합, 랩, 그라임(힙합, 댄스홀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영국 음악 장르)은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적인 공간이었지만 마침내 상황이 변하고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현재 여성 힙합 뮤지션들의 선전이 이어지면서 미국 팝 시장에서는 ‘여성 래퍼의 황금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진 않다. 엠넷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등 경연 프로그램으로 얼굴을 알렸던 래퍼 치타는 “그동안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많이 해왔는데 먼저 팀을 만들어 상대 팀과 대결하는 시스템은 처음이었고 무엇보다 소속감이 들어 좋았다”며 엠넷 ‘굿걸’ 출연 소감을 전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최근 국내 미디어에서 여성 뮤지션이 어떤 성격을 띠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큰 인기를 끌었던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우린 팀이 아냐, 경쟁이야”라고 했던 제시의 발언을 180도 뒤집은 프로그램이다. 래퍼, 보컬, 아이돌 등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한 팀으로 모여 서로에게 녹아들고, 음악적으로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시청 포인트다.


MBC가 자체 제작한 웹 예능프로그램 ‘힙합걸Z’ 역시 새로운 형식을 나타내고 있다. ‘힙합걸Z’는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는 여성 래퍼 하선호와 이영지, 브린이 모여서 ‘여성 래퍼 불모지’인 대한민국 힙합계를 접수한다는 콘셉트다. 이 방송 역시 ‘굿 걸’처럼 여성 뮤지션 사이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집중한다.


이 프로그램들에서 여성 뮤지션이 경쟁이 아닌 연대를 결성하게 된 것은 현 가요계의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단순히 갈등을 보여주고 경쟁하기보다, 주체적인 여성 뮤지션으로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여성들이 한 곳에 모여 ‘결속력’을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각자의 목소리가 뭉쳐 그 힘은 더 견고해졌다.


ⓒ월드스타엔터테인먼트, RBW ⓒ월드스타엔터테인먼트, RBW

흔히 ‘센 언니’라고 불리던 걸크러시 이미지의 여성 가수들은 최근 ‘주체적 여성 아티스트’라는 소신을 담고 있는 곡들을 발매하면서 달라진 풍토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가수 화사와 나다는 각각 “스스로를 사랑하자”는 내용을 담은 신곡 ‘마리아’(Maria) ‘내 몸’(My body)을 발매하고 대중의 큰 지지를 얻고 있다.


화사의 ‘마리아’의 가사를 살펴보면 ‘널 괴롭히지마/오 마리아 널 위한 말이야/뭐 하러 아등바등해/이미 아름다운데’라고 말한다. 또 ‘내가 갈 길은 내가 바꾸지 뭐/위기는 기회로 다 바꾸지 뭐’라며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앞서 이 곡은 ‘마리아’라는 자신의 내면의 자아를 설정해 쓴 곡인데, 결국 노래는 희생적이고 순종적인 마리아가 아닌, 당당한 여성으로서의 마리아를 이끌어내고 있다.


화사의 곡에서도 ‘여성의 연대’에 대한 상징적 장면이 나온다. 뮤직비디오 마지막 장면에서 마마무 멤버들이 등장해 그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축하하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이는 자신에게 꽃을 건네고 애정을 드러내고 응원하는 대상이 ‘여성’이라는 점을 중요하게 볼 필요가 있다. 화사는 자신의 편은 결국 ‘여자’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평소 직설적인 가사를 써왔던 래퍼 나다의 ‘내 몸’도 마찬가지다. 자칫 제목을 보고 “몸매 자랑을 하려는 곡”이라는 편견을 가질 수도 있지만, 가사를 살펴보면 나다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있다. 그는 ‘누구도 날 끌어내릴 수 없게 누구 아닌 나를 더 사랑할래/이젠 다 쓸 거야 네 몸 아닌 내 몸에’라고 말한다. 또 ‘넌 애기 만들 줄만 알지 / 애비 될 줄을 몰라’라고 부도덕한 일부 사람들을 향한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평소 나다는 사회적 이슈에도 관심이 많다. 기부 등을 통해 미혼모 가정을 돕는데 앞장서온 나다의 행보가 가사 속에서도 묻어난다. 대중문화에서도 여성주의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이를 포용하는 범위 또한 그렇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여성 뮤지션들, 이를 다룬 프로그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달라진 여성 아티스트에 인식과 그들의 당당한 목소리가 담긴 음악을 기대하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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