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신변이상에 민주당 일정취소 등 혼란…'이상한 점 못느꼈는데'
입력 2020.07.09 23:15
수정 2020.07.09 23:15
박원순 실종 소식에 민주당 의원들 '뒤숭숭'
"이상한 낌새 없었는데...상황파악 중"
당 공보실, 10일 오전 일정 뒤늦게 취소
밤 사이 수색 지켜보며 입장 정리할 듯
9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는 소식에 민주당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박 시장이 전날까지 일정을 소화하는 등 외부적으로는 전혀 이상기류를 감지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다. 실제 박 시장은 8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그린벨트 해제 관련 의견을 교환하고 조만간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었다.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박 시장에게) 전혀 이상한 점을 못 느꼈었다"며 "보도가 나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성추행으로 피소됐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보도로 접한 것 외의 내용은 알지 못한다"면서 "다른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상황을 조금 파악해 봐야 할 것 같다"고만 했다. 또다른 박원순계 의원도 "상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어떻게 된 것인지 전혀 몰랐다. 오늘 오후 당 회의를 마치고 나온 뒤 보도를 접하고 다들 깜짝 놀랐다"며 "회의를 전후에 박 시장 관련한 언급이 전혀 없어서 의원들 대부분이 내용을 잘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성추행 보도에 대해서는 오히려 "어디까지 팩트인 것인지 제가 묻고 싶다"고 반문하기도 했다.
심지어 박 시장의 실종 소식이 보도되고 있던 때와 비슷한 시각 김태년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경총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김영주 무역협회장 등 4대 경제 단체장들과 경제위기 극복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박 시장이 모든 일정을 갑작스레 취소하고 행방이 묘연해진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민주당 공보실은 말을 아낀 채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며, 실종 보도가 이어졌던 오후 7시 50분 경 당 지도부 인사의 차일 일정을 공지했다. 부동산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 당정협의, 최고위원회, 예산정책협의 등 예정됐던 일정에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오후 10시 20분 경 뒤늦게 당정협의를 취소를 재공지하는 등 혼란스런 모습을 보였다. 당 지도부는 밤사이 당국의 수색작업 결과를 살펴본 뒤 박 시장의 성추행 피소를 포함해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4분 경 서울 종로구 가회동 소재 시장 관사에서 나오는 박 시장의 모습이 CCTV로 확인됐다. 검은색 옷과 가방을 착용한 상태였다. 오후 5시 17분 경 ‘4~5시간 전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박 시장 딸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박 시장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포착된 것은 서울 성북구 성북동 와룡공원 일대였다.
수색작업은 오후 5시 30분부터 시작됐으며 최대 580명 규모의 경찰과 소방 인력이 투입됐다. 인명구조견을 동원한 1차 수색작업이 오후 9시 30분까지 진행됐지만 박 시장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당국은 추가 인력을 투입하고 범위를 넓혀 밤사이 수색작업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