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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온라인 중계, ‘자발적 관람료’가 남긴 의미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7.08 08:05
수정 2020.07.08 08:06

ⓒ뉴시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이후 공연계에 의미 있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줄지어 공연들이 취소되던 초반 상황과 달리 최근에는 몇몇 공연들이 ‘거리두기 좌석제’를 통해 공연을 올리고 있지만, 여전히 다수의 공연이 오르지 못하고 있고, 상반기 피해에 대한 복구는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상황에서 공연계는 온라인으로 시선을 돌렸다. 주로 코로나19로 공연을 관람하지 못하는 관객들을 위해 ‘무료’로 공연 영상을 제공하는 식이었지만, 최근에는 ‘유료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고 이뤄지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수익화 방안을 마련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실상은 대중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그래서 마련된 것이 ‘자발적 관람료’다. 서울예술단은 2015년 공연된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 전막 영상을 서울예술단 네이버TV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상영했다. 이 공연은 ‘감동후불제’라는 이름으로 영상을 관람하면서 ‘후원하기’ 기능을 통해 관객이 스스로 책정한 금액을 지불할 수 있도록 했다. 총 228명의 관객들로부터 후원받은 금액은 219만1089원이다. 대면 공연에서 티켓 최고가가 9만원으로 책정되는데, 한 관객은 10만원이 넘는 금액을 후원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서울예술단의 갈라 공연 스트리밍 때는 244명이 120여만원을 후원했다. 두 공연을 합쳐 목표로 삼았던 300만원을 넘겼고, 여기에 네이버가 같은 금액만큼 후원해 총 600만원을 국내 민간예술단체 공연 영상제작지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예술단 관계자는 “민간단체들이 송출료 때문에 온라인 공연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하면서 “온라인 공연 상업화를 고려하고 있는데, 영상화를 진행하려면 그만큼 예산이 필요하고 창작진에 대한 권리보호를 위한 예산도 필요하다. 실제 공연의 티켓값 만큼은 아니지만 영화 티켓값이나 VOD 금액 등을 참고해 적당한 과금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세종문화회관도 ‘자발적 유료화’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지난달 20일 진행한 ‘세종체임버시리즈 클래식 엣지’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 공연 후원 방식은 서울예술단과 같지만 최저 금액을 3000원으로 설정했다. 후원금은 연주자의 출연료와 공연 중계비로 사용됐다. 100여명이 참여해 110만원 가량을 모았는데 평균 1인당 1만1000원을 지급한 셈이다.


ⓒ서울예술단

하지만 아직까진 수익 모델 개발보다는 새로운 시장 확장의 개념이 크다. 한 공연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형식들에 대한 시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로선 유료 공연에 대한 사업화 모델이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시도들은 유료화 서비스로 가기 위한 하나의 아이디어 정도로 볼 수 있다. 또 현장감을 얼마나 살릴 수 있느냐, 혹은 그와 다른 온라인 공연만의 독특한 지점이 있느냐가 관건인데 이에 대해선 현재까진 그리 희망적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울예술단 관계자는 이런 일각의 우려에도 공감하지만 이미 해외에서 공연 영상 유료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문제는 “돈을 주고서라도 보고 싶을 정도의 영상을 만드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말한다. 실제로 해외 공연 영상 유료화의 대표적 사례는 2006년 시작된 ‘메트:라이브 인 HD’와 2009년 ‘NT라이브’다.


‘메트:라이브 인 HD’는 세계 3대 오페라로 손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공연 실황 영상으로 극장 개봉을 통해 오페라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4K 디지털 프로젝터를 통해 실제 공연을 보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선사해 큰 호응을 얻었다. ‘NT 라이브’는 영국 국립극장이 연극계 화제작을 전 세계 공연장과 영화관에서 생중계 또는 상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최근에는 브로드웨이 연극까지 영역을 넓혀 호응을 받고 있다.


또 대중의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상황을 맞으면서 급하게 환경이 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객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코로나19 초반 무료로 풀던 영상들을 갑자기 유료화 한다고 하면 다들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 주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공연 취소 통보를 받은 상태인데 그에 따른 대안이 필요하지 않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업계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관객들의 인식 변화도 동반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공연 영상의 유료화 논의는 분명 필요하다. 일시적인 모금 금액이 공연 제작비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과거 영상에 대한 ‘관람료’ 차원에서의 논의는 충분히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현장 예술로서의 속성도 있지만 영상기술과 결합하면서 공연과를 별개의 부가 가치로서 충분히 확장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의 유료화 논의도 단순히 코로나19로 인한 공백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도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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