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LG 벨벳 사면 ‘차비’ 20만원 드립니다”
입력 2020.07.04 07:00
수정 2020.07.04 05:51
불법보조금에 ‘웃돈’ 붙어 ‘마이너스폰’ 둔갑
코로나19에 상가 ‘한산’…하반기 신작 ‘기대’
“지금은 LG 벨벳 정책이 제일 좋아요. 차비 20만원까지 챙겨드릴게요.”
지난 3일 오후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전화 집단상가에서 한 판매자에게 LG전자 스마트폰 ‘LG 벨벳’ 가격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사용하던 이동통신사를 갈아타면 제품값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여기에 현금으로 ‘차비’ 20만원까지 추가로 얹어준다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출고가 89만9800원짜리 스마트폰이 ‘마이너스 20만원’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월 9만원대 5세대 이동통신(5G) 요금제를 6개월간 유지해야 한다는 것 외에는 카드결합 할인이나 부가서비스 가입 등 까다로운 조건도 일절 없었다.
이 판매자는 “이통사들이 하반기 신작 5G 스마트폰 출시 전에 재고떨이로 기존에 나온 5G폰들을 싸게 팔고 있다”며 “웃돈 받고 사시려면 지금이 기회”라고 귀띔했다.
최근 KT와 LG유플러스는 LG 벨벳에 최고 50만원에 달하는 공시지원금을 붙였다. 정상적으로 공시지원금만 받을 경우 최소 30만원 정도는 기기값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이통사들이 판매점에 불법보조금(리베이트)을 추가로 지급하면서 ‘차비’까지 얹어주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A90’도 ‘차비폰’ 중 하나였다. 한 상인은 “갤럭시A90은 최대 25만원까지 웃돈을 얹어줄 수 있다”며 “최신 모델이 아니긴 해도 성능은 플래그십 못지않다”고 소개했다.
올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20’은 그래도 ‘0원’에 구매하긴 힘들었다. 문의 끝에 들은 최저가는 19만원이었다. 제품 가격이 124만8500원으로 고가인 터라 0원에 팔면 남는 것이 없다고 했다.
이렇듯 놀라운 구매 조건에도 그 넓은 집단상가는 오가는 방문객이 채 10명도 안 될 정도로 한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집단상가보다는 동네 소규모 판매점이 오히려 장사가 잘되는 분위기라고 한 판매자는 설명했다.
이 판매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주말엔 그래도 한 판매자당 하루에 4건 정도 개통을 했는데 최근엔 절반으로 줄었다”며 “평일엔 거의 전멸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집단상가 판매자들은 하반기 출시되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0’과 애플 ‘아이폰12’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지금은 새 제품들이 잘 나와서 다시 방문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최근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은 삼성전자 갤럭시S20이며 실제 판매가 많이 이뤄지는 모델은 차비가 얹어진 ‘갤럭시A90’으로 나타났다. 애플 ‘아이폰SE’는 최근 거의 판매되지 않는 분위기다.
한 상인은 “애플 제품은 출시되고 나서 시간이 많이 지나도 기기값이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출시되자마자 사는 것이 이득이어서 초반에 문의가 폭발적으로 많다”며 “삼성전자나 LG전자 제품은 점점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에 일부러 출시 1달 뒤 기다렸다 찾는 고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