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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콘텐츠가 된 '반려동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변질됐나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7.01 07:00 수정 2020.07.01 07:11

ⓒKBS ⓒKBS

TV 프로그램은 물론, 유튜브 등 1인 방송 등에서 반려동물 콘텐츠가 각광을 받고 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큰 폭으로 증가함에 따라 관련 콘텐츠도 인기를 끌고 있는 모양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담은 ‘2019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를 지난 4월 발표했다. 조사 결과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가구는 591만 가구(전국 2238만 가구 환산시)로 전년보다 80만 가구가 늘어났다. 이 가운데 개는 495만 가구에서 598만 마리를, 고양이는 192만 가구에서 258만 마리를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구당 반려동물 마릿수로 봤을 때 평균 개 1.21마리, 고양이 1.34마리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방송에서 반려견, 반려묘의 문제 행동을 보여주고 스타 수의사, 스타 행동교정등장해 이를 교정해주는 프로그램은 상한가를 치고, 개와 고양이를 구조하거나, 사육하는 이야기를 올려 기부를 받는 유튜버도 생겼다.


현재 KBS2에서 방영중인 ‘개는 훌륭하다’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4일 첫 방송 당시 1%대 시청률로 비교적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방송이 거듭될수록 시청률이 꾸준히 상승했고 올해 3월 16일에는 9,0%의 기록을 세웠다.


‘강아지 대통령’으로 불리는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과 한때 꿈이 수의사였던 이경규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강아지의 문제 행동 교정은 물론, 반려인의 문제까지 짚어내면서 국내의 반려견 문화를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개는 훌륭하다’라는 제목 뒤에는 ‘훌륭하지 않은 것은 사람이다’라는 문장이 숨겨져 있는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반려인의 무지로 인한 어긋난 교육방식이 만들어 낸 반려견의 문제 행동을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개는 훌륭하다’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는 것에는 ‘화제성’보다 ‘실제 상황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슈가 된 보더콜리 코비와 담비 편을 보면 프로그램의 성격이 제대로 묻어난다. 강형욱은 코비와 담비를 위한 최선의 제안을 했고, 반려인들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던 중 해당 출연자의 과거 행적까지 밝혀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동물보호센터에서는 주인모녀의 이런 행위가 동물학대 혐의로 법적 처벌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프로그램은 화제성을 잡기보다 보호자들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꾸준히 의견을 물었고, 담비의 입양 결정과 함께 코비는 지속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이끌었다.


분명 반려동물 관련 미디어 콘텐츠는 ‘개훌륭’과 같이 유익한 정보와 함께, 귀여운 반려동물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관련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부 동물학대와 동물권 침해 등의 논란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지드래곤SNS ⓒ지드래곤SNS

동물권행동 카라는 최근 시민 2055명을 대상으로 ‘미디어 동물학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대부분은 최근 동물 관련 영상 콘텐츠가 예전보다 ‘많아’졌고 동물이 출연하는 영상을 ‘많이’ 본다고 답했다.(많이 본다 874명 VS 거의 보지 않는다 42명) 무려 전체 답변자의 82%가 반려동물 관련 영상을 본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정보를 얻거나, 정서적 안정감, 대리만족 등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부정적 영향도 있었다. ‘동물이 소품처럼 이용되는 모습은 생명을 가볍게 여기게 만든다’는 답변이 72%로 가장 많았으며, ‘동물의 희귀성, 유행하는 품종 등이 노출되어서 생명을 구매하게 만든다’는 답변이 56%로 그 뒤를 이었다. 자극적인 영상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음을 우려하거나 귀여운 이미지로만 소비하고 동물이 처한 고통스러운 현실은 가려진다는 기타 의견도 있었다.


앞서 유튜버 갑수목장이 거짓 방송과 동물학대 논란에 휩싸이면서 동물 콘텐츠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거짓 이야기로 기부를 받으면 사기와 횡령 등의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고, 촬영을 위해 밥을 굶기거나 고통을 가하면 동물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최근 지드래곤도 반려견 방치 논란을 겪었다. 진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커뮤니티에 공개된 사진 속 지드래곤의 반려견 가호의 상태가 충분히 방치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모습이었다. 평소 그는 반려견과 함께 리얼리티, 화보, 시상식 등 다수의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그만큼 애정을 보였던 반려견이 방치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논란 이후 래퍼 키디비는 “동물을 패스트패션처럼 갈아치우는 사람들에게는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못하도록 해야한다”면서 지드래곤을 저격한 듯 보이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각종 미디어와 스타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키디비는 “지드래곤 때문에 샤페이가 유행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썼다. 그만큼 영향력 있는 스타나 미디어의 경솔한 행동은 결국 사회 문제로까지 번지는 것을 부추길 수 있게 한다. 귀엽고 희귀할수록, 그리고 우스꽝스럽고 자극적일수록 관심을 받고, 결국 동물들은 하나의 ‘패스트패션’ ‘돈벌이’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가족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반려동물 관련한 유기나 방치가 사회적인 문제로 번져가는 상황을 고려해 미디어도 그에 맞는 무거운 책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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