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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신인감독이 접수한 극장가, 그들이 보여준 한계와 성과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입력 2020.07.01 07:04 수정 2020.07.01 07:05

'침입자'·'결백'·'사라진 시간'·'#살아있다' 등

'사라진 시간' 포스터ⓒ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라진 시간' 포스터ⓒ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지난달 나란히 극장에 걸린 영화 '침입자', '결백', '사라진 시간', '야구소녀', '#살아있다'의 공통점은 신인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초토화된 극장가에서 구원투수로 나선 신인 감독들이 각기 다른 장르와 이야기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신인 감독들의 작품은 장점과 한계가 명확하다. 신인 감독 특유의 패기나 사회를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 기발한 상상력 등은 강점으로 꼽히지만 배우의 힘에 기댄 듯한 다듬어지지 않은 연출력은 약점이다.


6월 4일 개봉한 '침입자'는 소설 '아몬드'의 손원평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은 작품이다. 스토리텔러답게 손 작가는 영화 초반부터 관객을 끌어당기며 촘촘한 서사 구조를 쌓아올린다. 잘 나가던 영화는 중반 이후, 결말에 다다르면서 급격하게 흔들린다. 감독이 던지는 메시지도 있고, 장르물로서 긴장감도 있지만 주인공의 비밀과 관련해 다소 이해하기 힘든 요소를 집어넣으며 극적 재미를 반감시킨다. 연출력의 한계는 배우 김무열이 열연으로 메운다.


일주일 뒤 개봉한 '결백'은 단편 연출작을 통해 제8회 미쟝센단편영화제 희극지왕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박상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결백'은 기억을 잃은 채 살인 용의자가 된 엄마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딸의 이야기다. 그간 영화에서 잘 보지 못했던 여성 캐릭터가 주축이 된 추적극이라는 점은 참신했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신선하지 않았다. 딸이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선 어디서 본 듯한 전개가 이어졌고, 엄마와 딸과 관련된 모성애 부분에선 '감성'에 치우친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나마 신혜선이 흔들리는 극을 잘 부여잡았다는 평가다.


'#살아있다'ⓒ롯데엔터테인먼트 '#살아있다'ⓒ롯데엔터테인먼트

6월 18일 개봉한 '야구소녀'는 신인 감독의 패기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천재 야구소녀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불굴의 의지로 편견을 깬 야구소녀의 삶을 매끄럽게 그려냈다. 향후 전개를 예상할 수 있는 무난한 이야기이지만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과 '야구소녀'라는 생생한 소재 덕에 관객들의 지지를 얻었다. 다만, 저예산인 터라 동시기에 개봉한 다른 영화들과 달리 홍보가 미비했다.


배우 정진영의 연출 데뷔작 '사라진 시간'은 신인 감독의 독창성이 빛나는 영화다. 정진영 스스로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선보이고 싶었다고 한 만큼 감독만의 개성이 영화에 묻어났다.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홍보 문구를 내세웠지만, 영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자기 색깔을 고집한 감독의 뚝심이 돋보이는 건 장점이다. 아쉬운 건 대중성이다. 상업영화가 아닌 독립영화 성격이 강하고, 감독의 색깔이 뚜렷한 탓에 관객들 사이에선 호불호가 나뉜다. 반면 전문가들은 후한 점수를 줬다. 윤성은 평론가는 "저예산 영화에서 이 정도의 결과물이 나온 건 칭찬할 만하다. 재미도 있고 신선했다"고 평가했다. 이준익 감독 역시 "잘 쓴 시나리오다. 이런 영화적 체험은 처음"이라고 했다.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인 좀비물 '#살아있다'의 조일형 감독도 신인이다. 조 감독은 주인공 준우(유아인 분)을 젊은 층에 친숙한 유튜버로 설정해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유튜브 외에 드론, SNS 등을 재밌게 활용하는 20대 모습을 통통 튀게 그려내 10-20대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좀비물의 만듦새에 있어선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봉 후 관객들의 평가가 호불호로 나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캐릭터가 군데군데 등장하면서 극적 재미를 반감시켰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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