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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의 되짚기] 주연과 조연이 뒤바뀐 ‘동행세일’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0.06.24 07:00 수정 2020.06.23 21:27

구조조정 속 적극적인 행사 참여에도 의무휴업일엔 문 닫아야

정부 부처 치적용 홍보자료 난무…소비자 관심 끌기엔 역부족

유통업계 자발적 참여 위한 규제 완화 선행 필요

지난 2018년 서울 명동 거리에 코리아세일페스타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데일리안 지난 2018년 서울 명동 거리에 코리아세일페스타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데일리안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다.’


오는 26일부터 내달 15일까지 진행되는 ‘대한민국 동행세일’과 딱 들어맞는 이야기다. 이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물론 온라인 쇼핑업체 그리고 소상공인, 전통시장까지 아우르는 대규모 세일 행사다. 코로나19로 침체돼 있는 소비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백화점 정기세일은 물론 세일 기간에 맞춰 다양한 소비자 할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협력업체에는 판매대금을 조기 지급하고 판매수수료도 낮춰준다.


소비심리 활성화와 협력업체와의 상생 등을 이유로 대승적인 결단을 내렸지만, 내부에서는 부담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당장 생존을 위해 매장 문을 닫고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하는 상황이라 다른 곳에 눈 돌릴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반발도 거세다. 어려운 상황임에도 정부 결정에 따랐지만 규제는 규제대로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동행세일 기간에도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일에 매장 문을 닫아야 한다.


코로나19로 판로가 막힌 국산 농축수산물을 대량 매입해 판매하는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좋은 일을 하면서 당장 내 발등의 불은 끄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욕심에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행사의 규모를 키우고 면을 세우기 위해 동원됐다는 의미다. 겉으로는 자발적인 참여라고 밖에 외칠 수 없는 상황이 더 비참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대규모 소비행사의 주인공은 소비자와 유통업체가 되는 게 마땅하다. 그래서 소비자, 유통업체 보다 정부의 주연 욕심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소비자들의 참여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각 부서의 치적을 쌓기 위한 자화자찬성 홍보자료가 난무하다는 것이다.


정작 비용을 대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부담을 극복해야 하는 유통업체는 조연으로 밀리고, 판 띄우기에 몰두하고 있는 정부가 주연 자리를 꿰찬 셈이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매년 10~11월에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표방한 '코리아 세일 페스타'도 비슷한 상황이다. 초기 대대적인 할인율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관심은 끌었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 코세페의 재현이 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자발과 강요에 따른 결과는 엄연히 다르다. 정부는 높은 할인율과 참여 기업이 많다는 허울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때로는 대대적인 광고보다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훨씬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관광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면세업계가 재고 면세품 판매를 요청한 것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잠시나마 면세업계는 숨통이 트였고,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일에도 성공했다.


‘궁하면 통한다’는 옛말이 딱 들어맞은 셈이다. ‘신의 한 수’는 의외로 가까운데서 발견되기도 한다.


소비심리 활성화에 꼭 거창한 행사와 비용이 동반돼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목줄을 죈 규제 몇 개를 완화하는 일로도 충분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유통업체의 자발적인 참여는 덤이다.


정부가 꼭 주연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조연이지만 확실히 제몫으로 주연보다 더 주목받는 씬스틸러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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