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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너의 얼굴은] 절박하다, 조진웅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입력 2020.06.23 15:31 수정 2020.06.24 09:07

영화 '사라진시간'서 형구 역 맡아

어려운 이야기 속 혼란스러운 인물 표현

<배우의 얼굴은 변화무쌍합니다. 비슷한 캐릭터라도 작품에 따라 달라지고, 같은 작품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색을 냅니다. 대중은 그 변화하는 얼굴에서 희로애락을 읽으며 감정을 이입합니다. 여기서는 최근 주목할 만하거나 화제가 된 배우들의 작품 속 얼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사라진시간' 조진웅.ⓒ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라진시간' 조진웅.ⓒ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조진웅의 얼굴엔 절박함과 절실함이 있다. 드라마 '시그널', 영화 '용의자 X', '독전' 등에서 형사로 분한 조진웅은 용의자를 집요하게 추적하며 포기하지 않는다. 특히 '시그널'에서 맡은 이재한 형사는 아직도 대중의 뇌리에 깊게 박혀 있다.


18일 개봉한 '사라진 시간'에서도 형사였다. 포스터와 예고편을 메운 조진웅의 얼굴은 그간 봐온 조진웅의 얼굴과 다를 바 없었다. 사건을 추리하는 매서운 눈빛과 범인을 잡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얼굴에 번진다. 이런 조진웅의 얼굴은 극 시작 중반을 넘어서며 완전히 뒤바뀐다. 이야기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조진웅의 얼굴 역시 극을 따라 변하고, 이를 따라가다 보면 영화에 쏙 빠지게 된다.


'사라진시간'은 관객이나 배우에게 어려운 영화다. 형사가 범인을 추적하고, 잔인한 장면이 나오고, 누군가 죽어 나가는 스릴러와 결을 달리한다. 대신, 한 인간의 '존재' 자체에 물음을 던지며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관객이 영화의 심오한 주제를 받아들이려면 배우의 역할이 중요하다. 인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연기를 표현해야 설득력을 얻는다. 조진웅은 이 어려운 일을 말끔하게 해낸다. 특히 관객이 느끼는 생소한 분위기를 얼굴로 드러낸다.


형구가 하루아침에 형사가 아닌 선생님이 되고,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마주하는 과정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표현한다. 이웃 사람들을 찾아가 자신의 정체에 대해 의심하고 묻는 장면, 아내로 알던 사람이 전혀 모르는 사람이 돼 만나는 장면에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형구의 복잡한 심리가 조진웅의 얼굴을 통해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조진웅이 혼란스러워 할수록 관객 역시 이 이야기의 끝을 궁금해한다.


'사라진시간' 조진웅.ⓒ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라진시간' 조진웅.ⓒ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극 후반부 모든 걸 체념한 듯 홀로 술을 마시는 장면은 압권. 조진웅은 삶이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라는 간절함과 이 현실을 밀어내고 싶은 고통스러운 마음을 실제 술 취한 사람처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감독 정진영은 조진웅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썼다. 강렬한 이미지 외에 조진웅의 '감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정 감독의 예상은 딱 들어맞았다. 관객이 으레 예상했던 거친 형사 얼굴은 없었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세계 속에서 갈등하는 한 인간의 내면을 흔들리는 눈빛과 허망한 표정으로 나타낸다. 치밀하게 계산되지 않은 '인간' 조진웅의 얼굴이 생생하게 날아오른다.


마지막 조진웅의 얼굴은 꽤 인상적이다. 영화에 자주 나온 '참 좋다'라는 대사는 조진웅의 미소와 함께 엔딩을 장식한다. 조진웅은 알 수 없는 미소 하나만으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형사의 치밀한 얼굴로 시작해서 혼란스러운 표정, 그리고 마침내 미소로 마무리한 조진웅의 얼굴은 그 어떤 작품에서보다 다채롭다. 도대체 이 인물의 정체가 무엇일까 궁금하게 만드는 예측 불가능한 얼굴이 '사라진 시간' 속 조진웅이다. 영화에서 조진웅은 특유의 절박함을 잃지 않는다. 살아 숨 쉬는 삶과 나를 찾고자 하는 절박함, 조진웅의 얼굴이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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