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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생존기-하] "벼랑 끝 위기" 신선식품으로 퇴로 확보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0.06.22 07:01 수정 2020.06.22 04:47

대형마트 3사, 지난해 일제히 실적 악화…존폐 기로

유통구조 장점 활용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에 ‘올인’

서울의 한 롯데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신선식품을 고르고 있다.ⓒ롯데쇼핑 서울의 한 롯데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신선식품을 고르고 있다.ⓒ롯데쇼핑

대형마트 업계가 불황 타개의 일환으로 ‘신선식품’에 집중하고 있다. 정육을 직접 도축하는 것부터 오더메이드(주문자 생산) 방식으로 상품을 제공하는 것까지 신선함을 무기로 고객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핵심 품목인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의 수익성은 해마다 뒷걸음질 치고 있다.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일제히 내려앉았다.


실적 부진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내수 침체로 인한 경기 불황과 온라인 쇼핑 시장의 급성장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 신규 출점 및 영업시간 제한, 월 2회 의무휴업 등 정부의 강력한 규제 역시 대형마트의 부진을 부추겼다. 최근에는 적자를 견디다 못해 폐점 수순까지 밟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유통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신선식품마저 새벽 배송을 앞세운 온라인 시장에 잠식당하기 시작하면서 대형마트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왼쪽) 이마트 '어제낳아 오늘만 판매하는 계란', 롯데마트 '3일돼지' ⓒ각 사 제공 (왼쪽) 이마트 '어제낳아 오늘만 판매하는 계란', 롯데마트 '3일돼지' ⓒ각 사 제공

◇대형마트, 특단의 조치…이젠 신선식품이 ‘답’


업계는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판단, 특단의 조치에 들어갔다. 핵심은 신선식품 강화다. 농촌 및 어촌과 직거래 통로를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 온라인 업체와 마찬가지로 배송 속도뿐 아니라 신선함까지 챙겨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대형마트는 신선식품을 매장까지 들고 오는 유통망과 냉장 및 냉동 등과 같은 보관 시스템을 이미 갖추고 있는 만큼,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이커머스보다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이 크다. 더욱이 대량 매입이 가능해 직매입 규모를 키우고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은 농어촌 등과 직거래 배송 협약을 맺고 산지에서 직배송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신선식품을 주문한 뒤 원하는 마트 매장에서 찾아가는 서비스는 물론, 매장을 거점으로 하는 온라인 서비스도 병행 중이다.


일반적으로 가전제품이나 옷과 같은 제조품에서는 이커머스와 대형마트의 품질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은 데다, 가격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신선식품의 경우에는 대형마트가 갖고 있는 유통 인프라와 구조를 활용하면 승산이 있겠다고 업계는 판단했다.


예를 들어 딸기만 하더라도, 점포에 들어오기까지 2일 정도가 소요된다. 그러나 이마트의 경우 '근거리 매칭' 이라는 새로운 유통구조 도입으로 수확 후 반나절 만에 점포에 입고할 수 있게 됐다. 물류센터를 통하지 않고 농가별로 근거리 이마트 점포를 연결해 점포에 배송하는 형태를 도입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유통 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여 ‘초(超) 신선함’을 기본으로 한 상품을 하나 둘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극신선 계란 ‘어제 낳아 오늘만 판매하는 계란’을 내놨다.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가장 신선한 계란이다. 지난해 식약처는 위생적인 계란 유통을 위해 계란의 세척을 의무화하면서 계란이 가장 빠르게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산란 후 하루 뒤가 됐다. 관계자에 따르면 판매하고 남은 상품은 모두 폐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 지난 2011년부터는 국내 최대 한우 공판장인 농협 음성 축산물 공판장에서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바이어가 직접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 2013년에는 농협 부천 축산물 공판장에서도 매매참가인 자격을 획득했다.


이마트는 한우 경매 전담 바이어가 매년 한우 경매에서 일반 한우 전체 매입량의 20% 수준인 400톤의 한우를 직접 사들이고 있다. 기존보다 한층 간소화된 ‘공판장’ → ’이마트 미트센터’→ ’이마트 점포’로 이어지는 3단계의 유통경로를 구축해 가격은 낮추고 품질은 끌어올렸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달 1등급 이상 암퇘지를 직접 구매하고 최상의 품질을 위해 도축 후 3일 이내 매장에 진열하고 판매하는 전략을 선보였다. 도축부터 진열까지의 기간을 최단으로 줄여 신선도를 극대화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기존 육가공업체를 통해 돼지고기를 납품받을 시에는 도축 이후 매장에 진열되기까지 약 7일 정도 소요된다. 이에 비해 돼지고기 집 경매 시에는 도축 이후 3일 이내 매장 진열이 가능한 만큼 소요시간이 4일 이상 줄어들었다. 이에 상품명은 도축부터 식탁까지 3일 소요된다는 의미를 담아 ‘3일 돼지’라고 정했다.


홈플러스는 가을철 꽃게의 경우 밤 사이 잡아, 당일 아침 바로 활어차에 싣고 전국 매장으로 이동해 산 채로 판매하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온라인 소비가 일상화됐지만 아직 많은 소비자들이 신선식품을 대형마트에서 구매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눈으로 신선함을 확인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대형마트에서 메인으로 취급하는 상품이 신선식품이기 때문에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계속 보여드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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