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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소소한 영화관] 청춘, 그 흔들림에 대한 이야기…'런 보이 런'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입력 2020.06.19 11:15 수정 2020.06.19 11:16

장동윤·서벽준 주연…오원재 감독 연출

<수백억대 투자금이 투입된 영화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영화의 재미와 의미를 담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선한 스토리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작지만 알찬 영화들이 있습니다. 많은 스크린에서 관객들과 만나지는 못하지만, 꼭 챙겨봐야 할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런보이런'ⓒ오아시스이엔티 '런보이런'ⓒ오아시스이엔티

누구나 방황하던 때가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비틀대고, 목적지를 알고 가더라도 뜻밖의 장애물을 만나 헤매기도 한다. 청소년기에는 더 그렇다. 어른들은 아직 덜 큰 아이의 사소한 고민이라고 치부하지만, 아이들의 고민과 방황은 어른 못지 않게 깊다.


영화 '런 보이 런'은 인생의 길목에 선 고등학생 둘을 내세워 흔들리는 청춘을 들여다본다. 촉망받는 육상선수였던 도원(장동윤 분)은 부상으로 인해 전학 간 학교에서 어릴 적 친구였던 진수(서벽준 분)와 다시 만난다. 초등 육상부 시절 절친한 친구였던 둘은 예전처럼 친해진다. 하지만 두 사람이 걷고자 하는 방향은 달랐다. 도원은 몸을 다지며 육상을 재개하지만, 진수는 용역 깡패 일을 하며 무리에서 높은 서열에 오른다. 그러던 중 둘은 예상치 못한 일에 휩싸인다.


'런 보이 런'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또 언제든 실패할 수 있는 청춘의 여러 색깔을 끄집어낸다. 도원이 그렇다. 육상 기대주였던 도원에겐 창창한 미래가 엿보이는 듯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흙길이 깔린다. 좌절의 시기를 겪은 도원은 마음을 다 잡으며 다시 뛰려 운동화 끈을 멘다. 그가 다시 뛸 수 있었던 계기는 친구 진수다. 도원과 진수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한 때를 보낸 존재다.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과거의 추억 때문이다.


'런보이런'ⓒ오아시스이엔티 '런보이런'ⓒ오아시스이엔티

도원은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만 진수는 그렇지 않다. 잘못된 길에 빠져드는 걸 알면서도 헤어나오지 못하고 비틀거린다. 이런 진수를 잡는 존재 역시 친구 도원이다. 불안한 미래를 걷고 있는 도원과 진수는 각자 길 위에서 비껴갈 때마다 슬며시 손을 내밀어준다. 영화는 도원과 진수가 주저앉고 일어서는 청춘의 한 시기를 보여준다.


영화엔 좋은 어른이 등장하지 않는다. 도원과 진수만이 서로를 붙잡을 뿐이다. 이들의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거나 올바른 길을 가르쳐주는 어른은 없다. 작품을 보고 나면 흔들리는 두 청년에 공감하는 동시에 이들을 위해 어른과 사회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도 깨닫게 된다.


어두운 성장 영화에 생생한 활력을 불어넣는 건 배우들이다. '조선로코-녹두전'으로 라이징스타로 떠오른 장동윤은 '뷰티풀 데이즈'에 이어 또 독립영화에 도전하며 연기력을 쌓았다. 영화에서 장동윤의 얼굴은 유독 빛난다. 방황하는 청춘의 얼굴부터 순수한 소년의 얼굴까지 다채로운 색을 입으며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장동윤과 호흡한 서벽준 역시 신예 같지 않은 매끈한 연기력을 뽐낸다. 다소 거칠고 어두운 진수를 과하지 않게 표현했다.


'배드보이', '나생관', '사냥', '낯선 자들의 땅' 등 장·단편 독립영화의 감독과 조연출로 활약한 오원재 감독의 신작이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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