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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연애 리얼리티의 두 얼굴②] ‘진정성’ 잃은 출연자들, 제작진 책임론까지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6.19 09:54
수정 2020.06.20 00:44

출연자 과거 못잡은 제작진? 논란 없앨 방법 있나

판타지 사라진 열애 리얼리티, 시청률에도 영향

ⓒ채널A

인기를 끄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가장 큰 무기는 진정성이다. 반면 이 진정성은 매번 프로그램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출연자의 과거의 부적절한 행실이나, 숨겨왔던 ‘거짓’들이 들춰지면 프로그램 자체의 진정성이 흔들린다.


스타들의 가상 결혼을 그린 ‘우리결혼했어요’의 팬들이 다수 이탈했던 것도 진정성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우결’에 출연하고 있던 커플들이 줄줄이 열애설이 터지면서 시청률도 한자리수로 하락했다. 그래서 ‘우결’이 내놓은 방책이 실제 커플, 혹은 이상형이라 밝힌 상대와의 조합이라는 히든카드를 빼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신뢰가 무너진 프로그램이 다시 회생하는 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열애설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출연자들의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열애설 관련 스캔들이 발생하면 프로그램은 더 이상 ‘리얼’을 내세울 수 없게 된다. 일부 네티즌은 ‘가상이고, 예능일 뿐’이라고 하지만 프로그램이 ‘리얼리티’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서로에 대한 마음을 주고받으며 에피소드를 진행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하고, 두 사람을 ‘커플’로 인식하게 한다. 그런데 출연자가 아닌 다른 열애 상대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당연히 진정성이 사라지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환상’도 깨지기 마련이다.


판타지가 사라진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생명력이 짧을 수밖에 없다. 그 판타지가 사라지는 것에는 출연자들의 과거 논란도 큰 몫을 한다. 이 역시 진정성과 연결된다. 최근 방송되고 있는 채널A ‘하트시그널’이 그 대표적인 예다. 방송 이후 출연자들의 인성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그대로 방영하는 것에 대한 악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전 시즌은 방영 후 일부 출연자들의 과거가 논란이 됐지만, 이번 시즌은 방영 전부터 출연자들의 학교 폭력논란이 수차례 알려지면서 타격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전 시즌 시청률이 회차가 진행되며 3%대에 접어든 것과 달리 이번 시즌은 각종 논란 때문인지 최고 시청률 1.9%에 그쳤다. 전 시즌들처럼 방송이 진행될수록 시청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지난 10일 방영된 최근 11회가 다시 1.6%로 떨어지면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새다. “사실무근”이라는 제작진의 해명에도 이미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면서 몰입을 깨뜨린 것이다. 논란의 출연자가 카메라에 비춰질 때마다 관련된 과거 논란이 떠오르면서 그들이 주는 로맨스 판타지에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연예인, 유명인 커플의 리얼한 러브 스토리와 일상을 담겠다는 MBC ‘부러우면 지는거다’는 방영 전 높은 화제성을 보여줬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간 봐왔던 연예인의 전혀 다른 모습이 괴리를 일으키고, 이원일의 예비신부인 김유진 PD의 학교폭력 가해자 논란이 불거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들 역시 더 이상의 로맨스로 시청자들에게 환상을 심어줄 수 없게 됐고 결국 자진 하차를 결정했다. 프로그램도 곧 문을 닫는다.


모든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진정성 논란에 휘둘리는 건 아니다. ‘순도 100% 리얼 로맨스’를 내세운 TV조선 ‘연애의 맛’은 시즌1에서 이필모와 서수연 커플이 좋은 선례로 남아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입증해냈다. 오랫동안 연애를 하지 못했던 연예인 출연자들에게 제작진이 소개팅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이다.


ⓒTV조선

이필모와 서수연은 영화 같은 첫 만남, 수많은 사람이 모인 영화제에서의 공개 고백, 그리고 뮤지컬 무대 위에서의 청혼으로 결혼까지 골인했다. 뿐만 아니라 시즌2에서 오창석과 이채은, 정준과 김유지가 공개 열애 인정으로 실제 커플이 됐음을 알리면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물론 김정훈의 여자친구라고 주장하는 A씨가 방송 도중 김정훈의 아이를 임신했다며 소송을 걸었고, 프로그램도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제작진은 논란의 당사자를 ‘통편집’하면서 갑작스러운 논란에 대처했다.


사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는 시각은 그리 곱진 않다. 소위 ‘욕하면서 보는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장르가 바로 연애 리얼리티다. 일각에서는 카메라가 돌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인이든, 연예인이든 출연자들의 진정성을 확보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면이 연애의 본질이 아닌 겉만 핥는 식의 연애 프로그램의 한계로 지적된다. 여기에 판타지까지 깨져버린다면 프로그램은 더 이상의 존재의 의미가 없다.


프로그램 안에서 논란이 벌어지면 이후에는 항상 ‘책임’이 따른다. 특히 프로그램의 제작진에게는 더 냉정한 잣대를 들기 마련이이다. 사생활, 혹은 자연스러운 매력을 보여주면서 오는 진정성에 기반을 두는 만큼, 출연자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제작진에게 책임이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출연자의 개인 사생활에 대한 책임을 일일이 방송사나 제작진에까지 돌리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한 예능프로그램 섭외를 담당했던 작가 A씨는 “기본적인 인터넷 정보 검색은 물론, 지인들을 상대로 한 대면 조사가 병행되는 경우가 있다. 또 제작진에 제공한 신상정보가 사실과 일치한다는 서약서를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름대로 철저하게 조사를 한 것 같아도 100% 완벽할 순 없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든 걸 들춰볼 순 없기 때문에 사실상 운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스타든 일반인이든 프로그램 출연 계약을 할 때 작정하고 속이겠다고 하면, 방송사 입장에서 막을 재간이 없다. 출연자가 프로그램 외적으로 누구를 만나고 있고, 과거에 어떤 인성을 보였는지 모두 아는 건 불가능이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그저 운이 나빴다”는 푸념으로 책임을 회피할 수만도 없다. 이 작가는 “방송사나 기획사가 어떤 인물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졌을 때 단순히 하차, 계약해지로 끝내난 경우가 많이 때문에 에를 넘어서는, 즉 논란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조항을 넣는 것도 방법”이라고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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