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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청소년 ‘모방 심리’ 자극 위험…네이처 뮤비 수정, 그 뒤에 숨은 마케팅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6.18 06:40
수정 2020.06.18 06:42

걸그룹 네이처, 뮤직비디오 엠넷 방송 부적격 판정

ⓒn.CH엔터테인먼트

그룹 네이처가 컴백을 앞두고 타이틀곡 뮤직비디오가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소속사 n.CH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엠넷이 이 같은 판단을 한 건 ‘선정성’ 때문이었다. 뮤직비디오 속의 일부 공포스러운 장면들이 청소년들의 모방 심리를 자극할 위험이 있다는 판단이다.


청소년들이 아이돌의 일상이나 콘텐츠에서 강한 모방 심리를 보인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증명되어 왔다. 흔히 베르테르 효과라고 불리는 자살 전염 사례는 청소년 모방 심리의 단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자살 사망자가 전년 대비 9.7%가 늘었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유명인 자살 사건 후 모방 자살 효과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추정했다. 2017년 12월 인기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메인보컬 김종현이, 지난해 3월에는 배우 조민기가, 7월에는 정의당 노회찬 의원 등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내용이 수차례 보도됐다.


실제로 2013년 중앙자살예방센터의 조사에서도 유명인 자살 후 2개월간 자살자수가 평균 606.5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삼성서울병원도 유명인 자살사건으로 인한 모방 자살 효과가 하루 평균 6.7명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2018년 학교 심리부검 보고서에서는 가수 김종현이 숨지고 한 달 뒤인 1월에 최근 3년 평균에 비해 학생 자살자가 50%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또 아이돌 가수들의 마약 파문, 음주운전 등이 터질 때마다 청소년이 받을 영향을 다루는 글들이 항상 뒤따르기 마련이다.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하려는 성향이 강한 시기인 청소년기에 스타들의 부적절한 행동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강하고 자극적인 것에 몰입하려는 특성이, 마약 파문과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스타를 모방하려는 심리로 이어지기 쉽다.


아이돌이 무대 위에서 입는 옷과 그들이 선보이는 콘셉트 역시 마찬가지다. 선정적인 의상과 뮤직비디오 등을 통한 수위를 넘는 묘사는 그래서 매우 위험하다. 이번 네이처의 뮤직비디오에 제재가 가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어린애’ 뮤직비디오는 티저 영상부터 파격적인 연출로 화제를 모았다. 17일 쇼케이스에서 멤버 채연은 뮤직비디오에 대해 “영화 ‘장화홍련’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잔혹동화 같은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루 역시 “이번만큼은 호러 버전의 뮤직비디오는 처음 찍어봤다. 잔혹 동화인 만큼 순수한 것 같으면서도 으스스하고 무섭고 자극적인 요소가 있다”고 했다. 멤버 수정은 “본편에는 곰인형을 찌르는 장면이 있었다”며 삭제된 몇몇 장면들 중 한 장면을 언급하기도 했다.


소속사는 “문제가 된 부분을 수정 후 재심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는데, 문제는 방송에서 송출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은 이 뮤직비디오의 본편을 ‘마케팅’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애초에 노이즈 마케팅을 의도해 ‘심의 부적격’을 받아내고, 결국 문제가 된 본편은 따로 공개하면서 이슈를 모으려는 행동이 그리 발전적이지 못해 보인다. 구시대적 노이즈 마케팅이 통할지도 의문이지만 말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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