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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페북픽’ 이동은 “33년 만에 알린 이름, 이제 진짜 시작이죠”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6.16 16:25 수정 2020.06.16 16:26

'이것도 사랑이니' 로 차트 역주행, '100만뷰 아버지' 수식어 얻어

"SNS 가수 아닌, 오프라인까지 영역 넓힐 것"

ⓒ소나무뮤직 ⓒ소나무뮤직

“매일 매일,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살고 있어요”


가수 이동은 데뷔 33년 만에 행복한 비명을 내질렀다. 1987년 유영석과 함께 결성한 푸른하늘 멤버로 데뷔해 ‘겨울바다’로 인기를 얻었다가 라이어밴드, 프로젝트그룹 코퍼스 등으로 음악 활동을 이어왔다. 솔로로서도 많은 노래를 내왔지만, 33년이라는 시간을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가수로 살아야 했다. 무명의 중장년층 가수가, 성인 가요가 아닌 다른 장르를 한다는 것은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누군가는 연예인들의 인생을 ‘한 방’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대부분 큼지막한 한 방이 오기 전에 기초를 다져놓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또 기회가 온다고 해도 이를 잡는 것도 그 사람의 능력이다. 이동은은 젊은 세대와의 소통의 브릿지가 되어 준 딸 덕분에 통로를 찾았다. 그걸 기회로 만들고 잡은 건 33년 동안 쌓아 놓은 노력 덕분이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가장 강조하는 게 ‘기초’에요. 기본적으로 음정·박자·멜로디는 지킬 수 있어야 그 안에서 변화와 새로운 시도가 가능해지는 거죠. 기초도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뭘 해도 이도저도 안 될 가능성이 높아요. 머리가 아닌 몸으로 받아들여서 내 목소리를 만들고, 내 마음을 목소리로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어야죠. 비록 먼 길을 돌아가는 방법이지만, 전 그 길을 택한 거예요. 학생들도 처음엔 지루해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는데 나름 학생들한테 인기가 좋았죠. 하하”


지난해 10월 발매한 ‘이것도 사랑이니’가 유튜브, 페이스북 등 각종 SNS에서 회자되며 주요 음원사이트에서 ‘역주행’을 하고 있는 건 딸의 공이 컸다. “딸 성화에 못 이겨 했다”는 유튜브는 가수 이동은을 ‘100만뷰 아버지’로 만들었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목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역류성 식도염을 앓아 6개월을 고생하고 겨우 회복한 상황에서 딸의 한 마디가 그의 가수 인생을 180도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소나무뮤직 ⓒ소나무뮤직

이풀잎 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네이트판에 아버지의 사연을 올리면서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다. 딸이 이동은의 홍보 글을 올린 건 지난해 11월 말이다. 이동은은 그 사이 유튜브에 여러 가수들의 커버 영상을 올렸고, 이를 페이스북 페이지들에서 퍼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차트 역주행으로 이어졌다.


“그간 음악 생활을 하면서 공식적으로 차트에 이름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오랜 세월 음악하니까 이런 일도 있네요? 하하. 제 노래를 들어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는 꼭 하고 싶어요. 달랑 한 곡이지만, 응원해주시고 기대해주셔서요. 그 기대에 대한 무게감도 있지만 그것마저 즐거워요. 팬들이 오늘도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되어 주시는 것 같아요. 변함없이 음악 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원이요”


이동은은 이번 역주행의 가장 큰 수확은 “가족들이 돈독해진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평소에도 보통의 가족보다 대화를 자주 나눴던 이들이지만, 함께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의 장이 많아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간 혼자 음악에 힘을 쏟았다면 최근엔 모든 가족이 나서면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기도 했다. 더구나 딸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바이럴 마케팅의 ‘참맛’도 알게 됐다.


“이번 노래를 통해 음악 생태계가 바뀌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어요. 기존에는 음악 발표하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발품 팔며 홍보를 해야 했는데 다 옛말이 되어 버렸죠. 딸 때문에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걸 처음 접하게 됐는데, 정말 좋아요. 최근에 부정한 방법으로 사용해서 이미지가 좋지 않는 면도 있지만, 제대로 활용하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더라고요. 무명이나, 신인들도 동일 선상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바이럴 마케팅이 아닐까요? 결국은 어떤 노래를 하느냐, 그게 중요한 거니까요”


ⓒ소나무뮤직 ⓒ소나무뮤직

이동은은 바이럴 마케팅의 최대 수혜자가 됐지만, 여전히 본질은 ‘음악’에 두고 있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울림을 주고, 또 누군가에게 자신의 음악이 희망이 될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기쁨은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리고 그 바람은 이제 현실이 됐다.


“이제 주변 지인들이 모두 은퇴할 나이에요. 아니 대부분이 은퇴를 했죠. ‘닭이라도 튀겨야 하나’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최근에 제가 잘 되는 걸 지켜보고 ‘네가 우리 나이대의 희망’이라고 말해주더라고요. 또 젊은 사람들도 ‘아버님처럼 살고 싶다’고 말해주기도 해요. 특히 음악하는 친구들은 저처럼 오래 음악하고 싶다고요. 어느 순간 제 노래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구나 느껴지니까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그만큼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이동은은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요즘 ‘SNS 가수’ ‘페이스북 가수’라는 꼬리표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서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돋보인다. ‘페북픽’ 효과를 최대한 활용해 범위를 오프라인으로 넓혀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가수로 거듭나는 것이 그의 큰 그림이다.


“음악엔 결국 뿌리가 있어야 해요. 그렇지 못하면 ‘일회성 가수’로 남게 되는 거죠. 그SNS는 물론 라디오, TV 그리고 버스킹도 준비하고 있어요. 건강하게 오래 노래하고 싶거든요. 나만 좋아하는 노래를 할 거면 산으로 들어가서 해야죠. 대중음악은 상업적인 걸 배제할 순 없어요. 예술은 확대되어야 하고, 여러 사람이 좋아해야 생명력이 있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우리 가족들은 매번 이야기해요. ‘우린 이제 시작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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