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기획┃‘F등급’ 영화③] “그녀의 영화를 잡아라”
입력 2020.06.17 18:20
수정 2020.06.18 09:03
여성 영화 전문 채널·스트리밍 플랫폼 눈길
"여성 영화인·서사 따로 분류되지 말아야"
올해 개국 10주년을 맞은 씨네프는 티캐스트가 운영하는 케이블채널로, 국내 유일 여성 영화 전문 채널을 표방한다. '그녀의 영화 채널'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여성 영화 채널을 추구해온 씨네프에선 전체 편성 영화 3편 중 1편이 F등급이다.
티캐스트 영화채널팀 진단비 과장은 "드라마나 로맨스 장르 등 잔잔한 영화를 선보이다 2018년을 기점으로 여성 영화를 더욱 부각할 수 있는 하나의 틀로 'F등급'을 활용하게 됐다“며 "'F등급'은 여성 영화인들이 작품 프레임 안팎에서 어느 정도로 기여하고 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춘 기준으로, 여성 영화인들의 비중이 적은 영화계의 현실을 반영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F등급'을 채널에 직접적으로 노출하기 시작하자 SNS 등을 통해서 다양한 반응이 오갔다. '굳이 왜 남성과 여성을 나누느냐', '낙제 받은 영화란 의미인가'라는 부정적인 반응에서부터 '여성 영화라는 걸 알 수 있어 좋았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진 과장은 "영화의 마케팅 문구로 'F등급'이 쓰이는 데에는 여성 이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젊은 세대 사이에서 여성 서사 작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 반영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업적인 성과를 내고 호평을 받는 'F등급' 영화가 늘어나면 여성 영화인들이 다채로운 작품을 만들 기회가 많이 주어질 것 같다"며 "'F등급' 영화가 늘어나면서 영화의 다양성이 확대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여성 영화를 전면에 내건 플랫폼까지 생겨났다. 지난해 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퍼플레이는 국내 유일의 여성 영화 전문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다양한 여성영화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만들었다.
퍼플레이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여성 감독의 영화·젠더 이분법에 도전하는 영화·성 평등한 영화를 다룬다. 이경미 감독의 데뷔작 ’잘돼가? 무엇이든‘ 부터 신승은 감독의 ’마더 인 로‘ 등 180여 편을 보유하고 있다. 영화 한 편당 500원에서 2000원씩 결제하면 배급사나 감독에게 수익금 70%가 간다. 현재 회원 수는 1만명이다.
김하나 퍼플레이 매니저는 "좋은 여성 영화를 찾고, 이를 잘 소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며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도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F등급 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예전보다 높아진 걸 체감한다”며 “영화계에서 감독, 제작자, 내용 등 여러 방면에서 다양성을 포용해야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F등급’ 영화에 대해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최근에 독립영화뿐만 아니라 상업 영화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는 여성 영화인들이 많다”면서 “지금보다 더 많은 여성 영화인들이 나와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여성 영화인과 여성 서사의 작품이 따로 분류되지 않는 시대가 왔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