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올라버린 중저가 아파트도 규제?…지쳐가는 시장
입력 2020.06.16 05:00
수정 2020.06.15 17:14
5월 15억 초과 거래 증가…9억 이하 중저가 몰린 지역은 상승폭 커
“풍선효과 더 키울 수 있어…규제에 비정상적인 시장 흐름”
정부가 그동안 강력한 대출 규제와 함께 보유세 강화 등을 통해 수요를 억눌러왔지만, 오히려 비강남권 중저가 아파트 위주로 수요가 몰리고, 비규제지역에서 집값이 뛰는 풍선효과 등의 부작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최근 정부가 9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와 추가규제지역 확대 지정 등 추가 규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시장에 혼란만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직방이 3~5월 서울시 아파트 매매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2·20부동산 대책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해 초와 비교해 여전히 거래량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5월 서울시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4062건으로 4월(3020건)에 비해 34.5% 증가했으나, 3~4월 감소세가 이어졌다. 지난해 1~5월은 연중 상당히 적은 거래량에도 불구하고 증가 추이를 보였으나, 올해는 2월 부동산대책과 코로나19로 인해 3~4월 거래량이 줄어들었다.
특히 3~4월 보다 거래가 늘어난 5월 매매거래량 가운데 강남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을 중심으로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거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윤태 직방 매니저는 “올해 초 서울시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2월 풍선효과로 인해 중저가 아파트 거래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2·20대책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거래량이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5월 서울시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6월 30일까지 조정지역대상 내 10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한시적 양도세 중과 면제와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보유세 부담으로 과세표준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거래를 마치려는 수요자가 늘어 매매거래량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고가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증가한 것은 보유세 부담을 느낀 매도자와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회피하려는 다주택자들이 매매를 서둘렀기 때문”이라며 “올해 1~5월 서울시 아파트 매매거래량 추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는 다른 국면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대출규제 기준을 9억원 이하로 낮추는 추가대책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서민·중산층인 실수요층까지 옥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규제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고 예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동안 정부가 고가 아파트 시장을 겨냥해 각종 규제를 쏟아내면서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을 덜 받는 중저가 아파트 시장으로 수요가 몰렸다”며 “수요가 몰리면서 이미 풍선효과로 가격이 오른 중저가 아파트 시장에 규제를 더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또 이런 규제책이 나올 것이라 예고되면서 풍선효과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동산114에 의하면 지난주 서울 전체(0.03%) 아파트 매매가격 보다 상승폭이 높게 나타난 지역 대부분은 노원(0.16%), 금천(0.10%), 관악(0.08%) 등으로 9억원 이하 중저가 물건이 다른 곳보다 많은 자치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대부분 대출을 통해 집을 사는 실수요자들에게도 아파트 구입이 차단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시장의 흐름에 맡기지 않고 규제로 억누르다 보니 최근 시장은 비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