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혈장치료제, 국내에서 먼저 빛 보나
입력 2020.06.12 05:00
수정 2020.06.11 21:19
GC녹십자, 이르면 7월 임상 들어가
재유행 우려에 국내외 혈액제제 기업들 공조도 활발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상용화를 가장 앞당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혈장치료제 개발이 대안으로 떠오르고있다. 국내에선 완치자 수가 1만명이 넘었는데도 혈장을 제공하는 완치자가 부족한 상황에 부딪혔으나 최근 공여자 늘어나면서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회복기 환자의 혈장(혈액의 액체 성분)에서 다양한 유효 면역 항체를 추출해서 만드는 의약품이다. 이러한 혈장 치료제는 신종 감염병 발발 시 가장 빠르게 투약 가능한 의약품으로 알려져 있다.
완치자마다 혈액 속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 정도가 다를 수 있어 공여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개발이 수월하다. 혈장에 있는 중화항체를 농축해 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완치자의 혈장 확보가 중요한 셈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완치자 1만600여명 중에서 75명이 혈장 공여를 약속했다. 이달 3일까지만 해도 12명에 불과했는데 일주일 새 6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혈장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혈장을 확보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데다 방역당국에서도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한 뒤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에선 GC녹십자가 완치자들의 혈장을 모아 7월 중 임상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빠르면 올해 안에 혈장치료제 개발을 완료해 상용화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GC녹십자는 자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혈장치료제 ‘GC5131A’를 국내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 측은 혈장치료제 정부지원금을 제외한 개발부터 상용화 이후의 일체 비용을 자체 부담하고, 무상 공급분의 수량 제한이나 어떠한 전제 조건도 없다고 했다.
GC녹십자는 BPL, CSL, 다케다, 바이오테스트, 옥타파마 등 글로벌 혈액제제 기업들로 구성된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 얼라이언스'에도 합류해 혈장치료제 개발에 동참하고 있다. GC5131A는 국내에서만 상용화하고, 해외의 경우 공동 개발에 참여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경남바이오파마도 연세대 의과대 산학협력단, 연세대 신약개발 벤처기업인 리퓨어생명과학과 함께 '코로나19 완치자 혈장 유래 치료 항체' 공동연구에 나섰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최준용 감염내과 교수 연구팀, 이은직 내분비내과 교수팀이 힘을 합쳐 치료효과를 보인 완치자의 혈장을 이용해 혈장 속 면역단백체를 기반으로 코로나19의 항원을 선별하고, 이에 대응하는 항체의 CDR 부위 서열 확보를 통해 대량 생산 가능한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렘데시비르가 지금으로선 유일한 치료제 후보인데 치명률을 낮추지 못하는 한계가 분명하다"면서 "혈장치료제는 충분한 혈장만 확보된다면 국내 기업이 먼저 개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혈장 공여는 코로나19에서 완치해 격리 해제된 지 14일 이상 지난 성인만 가능하다. 고려대안산병원,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파티마병원 등에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