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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연인-와인: 제 25화 정숙한 여자, 음탕한 여자


입력 2007.11.20 10:56
수정

“여보. 잠 안 자고 뭐해요?”
아내 수희가 졸린 눈을 비비며 침실 문을 열며 거실로 나왔다.
“깼어? 잠이 안 오네.”
“당신 너무 피곤해서 그런가 봐요. 큰일이네요. 어제도 늦게 잤는데”
“왜, 안자고 나왔어? 좀 더 자지.”
“도시락 싸서 정현이 보내야지요. 당신은 눈 좀 붙여 보세요.”
수희는 오로지 남편과 자식 보살피는 데만 온 신경을 기울이는 보통 아내요, 어머니였다. 민 마담과의 밀애, 와인과의 만남을 이어오면서도 아내에게 항상 떳떳하다고 자부하고 있다. 나의 행복한 가정으로 그녀들과 나누고 있는 부정한 사랑들이 스며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 마담과는 동물적인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차가운 거래이고 와인과의 채팅은 사이버세계에서 서로 주고받는 사랑일 뿐이다. 나는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냉정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자신과 딸아이를 위해 살아가는 아내를 보면 왠지 모르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피카소 作 아비뇽의 여인들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장벽이 높아가고 있다. 마음이 가지 않으니 요즈음 아내와의 잠자리도 거의 없어졌다. 나도 섹스를 요구하지 않고 아내 또한 섹스에 있어서는 수동적이다. 집에 오면 연구할 것이 있다고 서재로 들어가 인터넷을 보거나 메일을 쓰는데 열중하고 있다.

나이 탓도 있지만 어려운 병원경영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쌓이고 또한 와인에게 나의 정력을 다 소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내는 아무런 불평이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언제나 변함없이 나에게 애정을 쏟아 붓는 아내에게 한 가닥의 두려움이 느껴진다.

요즈음 나를 대하는 아내의 태도가 약간 차가워졌다. 나의 비행을 다 알고 있는 듯 냉소적이기도 하다. 아무런 성적인 요구도 없이 조용히 침묵만 지키고 있는 아내 수희가 무척 마음에 걸린다.

온통 회색인 하늘이 오늘도 저를 차분하게 하네요.
마치 흑백의 그림을 그려놓은 것 같아요.
이럴 때 지나간 옛사랑이라도 있었음 추억할 게 있어서 좋을 텐데.
요즘 이상하게 와인을 자주 마시게 되네요.
상호 씨가 바람났다고 했나요? 저도 바람난 거 같아요.
머릿속에 잡히지 않는 무엇이 하루 종일 떠돌아요.

프랑스에 사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그 친구 부부도 별로 정이 좋아 보이지 않는 부부였는데
어느 날 밤 아이들이 잠든 사이에
남편과 술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했대요.
부부가 남보다 더 못한 거라고,
숨기지 않고 속에 있는 욕망을 말하는 습관을 기르자고
그리고 그날 밤 너무나 뜨거운 사랑을 했대요.
그 다음부터 남편이 믿음직스럽고 너무 사랑한대요.
야한 비디오를 보면서 흉내를 내기도 하구요. 지금은 아주 만족한대요.

사실 저도 아직은 여자니까 친구의 부부생활이 부러워요
가끔, 아주 가끔... 남자하고 자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오늘, 제 속을 조금 보였나요?
마음이 바뀌어 탈출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시들어가는 장미꽃 같은 나의 삶이지만
이제 나의 사랑을 찾으러 떠나고 싶어요.
여권갱신 신청도 해야 하고,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걸릴 거예요.
아이들 대학입학시험이 마음 쓰여서 아직 비밀로 하기로 했어요.
그냥 훌쩍 갈 거예요. 돌아올 진 아직 생각 안 해 봤어요.
아마도 질긴 목숨 때문에 다시 오게 되겠죠.


와인에게 있어서 우울증 자체가 섹스리스에 대한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우울증은 인생의 의미를 빼앗아 가는 질환이므로 치료해야 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점점 더 악순환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와인에게 조그마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10년간의 섹스리스(Sexless) 상태가 와인 자신도 잘못 되었다고 느끼고 있다.

시냇가의 제비꽃처럼 뜨거운 사랑에 대한 열망이 싹터 오르고 있다. 사랑을 찾으러 지긋지긋한 자신의 삶에서의 탈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아주 가끔 남자와 섹스를 나누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러한 그녀의 고백은 나에게 잔잔한 파문을 던져준다.

섹스는 분명히 하나님이 우리에게 부여하신 아름다운 선물이다. 와인도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 섹스의 즐거움을 누려야 한다. 하지만 거식증으로 자신의 몸조차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체력이 허약하지만 무엇을 찾으러 어디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인지? 혼자 여행이 가능할지도 궁금하다.

혹시 그 섹스 상대가 나일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와인이 나에게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난 아직 와인에게 육체적인 섹스를 꿈꾸어 본적이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다. 남미라는 먼 공간적인 격리를 지키며 달콤한 형이상학적 섹스에 빠지고 싶다.

나의 아내 수희는 아직도 나의 뜻에 따라 성욕을 해결하는 정숙한 여자라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성적인 문제가 있다고 해도 누구와 상의해 도움을 받기 보다는 체념 속에 자신의 일생을 묻어버리고 살아가는 착한 여자이다. 그래서 와인이나 민 마담과의 퇴폐적인 사랑으로 순진한 아내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즈음은 시대가 변하면서 여성의 성욕을 인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여성의 성욕이나 남성의 성욕은 그 욕구가 비슷하다고 것을 인정하고 여성들이 당당하게 성적 욕망을 표현하는 시대가 되었다. 일부일처제라는 배타적인 소유를 주장하는 박제된 사랑만으론 살아갈 수가 없다.

정숙한 여자는 와인의 친구처럼 자신의 성욕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남편에게 자연스럽게 성적요구를 할 줄 아는 여자들이다. 욕구를 느낀다면 남편에게 오르가슴의 욕망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만족된 성생활을 즐겨야 한다. 나의 아내 수희도 섹스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면 좋겠다.

진정으로 사랑할 때는 한 점의 재도 남기지 말고 활 활 타 올라야 한다. 장훈이 어머니처럼 사랑에 빠져 병실에서 섹스를 나눌 수도 있는 것이다. 불륜이면 어떻고 청아한 사랑이면 어떠한가? 타 오르지 못하고 매캐한 연기만 내뿜는 것이 음탕한 죄악이 아닌가?

그러나 와인의 마음 한구석에서 어렵게 피어오르는 에로스를 나의 이기적인 마음이 차갑게 무시하고 있다. 나와 와인과의 사랑은 사이버세계에서만 활활 타 올라가야 한다. 나의 이성은 사이버세계에서의 뜨거운 사랑이 현실로 새어 나와 나에게 달려오는 것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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