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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소만이 능사인가?…재계 “위기 극복 차질 우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0.06.04 19:59 수정 2020.06.04 21:58

해외 출장·대규모 투자·준법경영 등 전방위적인 활동 펼쳐

8일 영장심사...총수 부재로 경영 올스톱-경쟁력 약화 우려

이재용 부회장이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지 직원들과 함께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지 직원들과 함께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시 구속 기로에 서게 되면서 삼성의 글로벌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해외출장에 대규모 투자, 준법경영까지 국내 최대 그룹의 최고경영자(CEO)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온 이 부회장의 행보가 발목을 잡히면서 변화와 혁신을 통한 뉴 삼성도 올스톱될 위기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을 통한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삼성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에 휩싸이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이 부회장을 비롯,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삼성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등 3명에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는 오는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321호 법정에서 열리는데 구속 여부는 8일 늦은 밤 또는 9일 새벽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지난 2017년 2월 구속됐다가 1년 뒤인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으나 2년 4개월 만에 다시 구속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 부회장이 석방 이후 국내외에서 적극적인 현장 경영 행보를 펼쳐온 터라 삼성으로서는 이번 위기가 더욱 심각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반도체 사업장에서 현지 직원들과 함께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반도체 사업장에서 현지 직원들과 함께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삼성전자

올해만 해도 브라질 마나우스·캄피나스 현지법인과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등 2건의 해외 출장과 함께 경기도 화성·수원, 경북 구미, 충남 아산·천안 등 다양한 국내 사업장들을 살피며 현장 경영행보에 나섰다.


또 경기도 평택 사업장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에 이어 낸드플래시 신규 투자로 생산라인 구축에 착수하는 등 초격차 기술·생산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냈다.


아울러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와 해고노동자 문제 해결, 7개 계열사의 노사관계 자문그룹 설치 등 사업 외적인 문제들의 해결에도 적극 나서는 등 전방위적인 행보를 펼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커진 불확실성에 국정농단 재판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경영 행보를 이어가며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해왔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될 경우, 총수 부재로 인해 오너 경영이 차질을 빚으면서 신속하고 선제적인 의사 결정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가뜩이나 악화된 경영환경과 커진 불확실성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자의 부재로 인한 최악의 상황이 초래될 수 있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이 석방된 후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대규모 투자에도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부회장은 석방 이후 6개월 만인 지난 2018년 8월 인공지능(AI)·5세대 이동통신·바이오·반도체 중심 전장부품 등 4대 성장사업에 25조원을 투입하는 것을 포함한 총 18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지난해 4월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로 선포한 '반도체 2030' 비전을 통해 총 13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어 10월 퀀텀닷(QD) 디스플레이에 13조10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캠퍼스 전경.ⓒ삼성전자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캠퍼스 전경.ⓒ삼성전자

최근 이뤄진 평택 사업장의 파운드리와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구축 착수도 어려울때일수록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는 이 부회장의 지론에 따라 추진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의 특성상 오너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클 수 밖에 없다”며 “전문경영인 체제로는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시장에서 결단력을 발휘하는데 오너 경영체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삼성이라는 기업의 관점에서도 경영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신사업 발굴과 인수합병(M&A) 등 변화와 혁신을 위한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약화돼 왔는데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되면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은 지난 2016년 11월 자동차 전장부품업체 하만을 인수한 것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대규모 M&A는 실종된 상태다. 하만 인수는 국내 기업의 해외 M&A로는 최대 규모인 약 9조3700억원을 투자한 역대급 빅딜이었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된 2017년 2월 이후 이러한 시도는 사라졌다.


아울러 오너의 잦은 사법 리스크로 인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오른 삼성의 신인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이 전문경영인 체제가 잘 갖춰져 있다고는 하지만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글로벌 시장에서 무한 경쟁해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총수의 부재 리스크는 크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며 ”오너의 부재가 다시 초래되면서 국내 최대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앞에서 삼성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앞에서 삼성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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