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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도 이익내기 힘들다"…FX마진거래 손실률 확대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0.05.27 05:00 수정 2020.05.26 22:41

유사해외통화선물 손실계좌비율 50% 상회…"단기 환율예측 어려워"

개인, 거액 예치금·기본 단위 부담에 사설업체 횡행…불만도 늘어나

ⓒ픽사베이 ⓒ픽사베이

증권사들의 외환 차익거래 계좌가 상당 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유사해외통화선물(FX마진거래)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지닌 증권사조차도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급격히 거래규모가 커지고 있는데다 최근 사행성에 대한 의구심도 일고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한·하나금융투자·KB·한국투자·키움증권 등 유사해외통화선물 계좌비율을 공시하는 5개 증권사의 올해 1분기 평균 손실계좌비율은 57.2%로 집계됐다. 이익계좌비율인 42.8%보다 4.4%포인트 높은 수치다. 유사해외통화선물은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 제4장에 의거해 FX마진거래를 일컫는 말이다.


증권사들은 ▲2019년 2분기, 52.5% ▲3분기, 57.2% ▲4분기, 69% 등 FX마진거래 손실계좌비율을 기록했다. 4개 분기 연속 손실비율이 이익비율보다 높게 집계된 것이다. 증권사별로 가장 큰 손실비율을 기록한 곳은 신한금투(75%)였고, 한투증권이 64%로 뒤를 이었다. 이익비율이 높은 곳은 키움증권(58%)이 유일했다.


FX마진거래는 국제외환시장에서 직접 외국 통화를 거래하는 방식으로 보유금액의 최대 50~400배까지 거래가 가능하다. 이처럼 적은 투자금액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큰 손실을 볼 수도 있어 위험한 외환투기거래로 꼽힌다.


지난 2005년 처음 도입된 이래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 편중현상이 심해지자 증권사를 통해 FX마진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1만 달러(약 1200만원)의 금액을 예치하게 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증권사는 규제를 만회하기 위해 원할 때에 진입한 뒤 언제든지 청산해 위험을 낮출 수 있는 타점매매 기법 등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개인투자자들은 예치금에 부담감을 느껴 이를 예치할 필요가 없는 사설 업체를 통한 거래에 나섰다. 사설업체들은 FX마진거래의 기본 거래 단위도 대폭 낮춰 '소액거래가 가능하다'고 홍보해 개인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 이 경우 환율이 5%만 변동해도 수익 또는 손실폭이 원금의 절반가량을 상회하고, 투자 방향이 다를 경우엔 작은 환율 변동만으로도 강제청산을 당해 전액 손실을 보는 등 위험성이 잠재한다.


ⓒ김민석 기자 ⓒ김민석 기자

실제로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 3월 개인 투자자의 FX마진거래 대금은 총 213억5000만 달러(약 26조5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71억1508만 달러(8조8511억원)보다 200.1%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FX마진거래 거래량도 19만4212건으로 1년 새 193.9% 늘었다.


FX마진거래 투자자 눈길을 끈 이유는 코로나19 여파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 까지 1150원에서 1210원대 사이를 오가며 변동폭을 키웠다. 심지어 원·달러 환율은 3월19일에는 40원 폭등하며 11년 만에 최고점인 1285.7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의 600억 달러 규모 통화 스와프 계약 체결 소식에 39원 폭락키도 했다. 이처럼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한방을 노린 개인 투자자들이 FX마진거래로 몰린 것이다.


개인 투자자는 외화 변동성이나 손익구조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단타매매 위주로 거래를 진행하는 만큼 손실을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FX마진거래 관련 신고접수 건수는 2018년 2건, 지난해 17건, 올해 125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환율 관련 상품은 증권사에서도 작은 규모로 트레이딩하거나 거래가 거의 없는 회사도 있을 만큼 매우 복합적인 구조를 갖고 있어 사실상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최근 환율을 비롯한 시장의 변동폭이 매우 커 어떤 상품이건 간에 리스크를 우선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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