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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집사면 죄인, 아직 안 샀으면 잠재적 범죄자”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입력 2020.05.25 07:00 수정 2020.05.25 14:09

서울 중위가격 사상 처음 9억원 돌파

투기과열지구 9억 초과 주택 거래 증빙자료 강화

“정부가 서울 집 사지 말라는데 사서…제출 서류는 반성문”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 모습.ⓒ연합뉴스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 모습.ⓒ연합뉴스

#. 최근 서울에 9억원 이상의 집을 산 김모씨(40대)는 한국감정원으로부터 부동산거래 자금출처 소명자료를 요구받았다. 김씨는 2~3개월의 통장거래 내역 등 제출할 자료들을 준비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동안 열심히 돈을 벌어 모은 돈으로 아파트 한 채 장만했는데 불법이 아닌 거래라는 걸 스스로 소명해야 하다니... 정부가 집 사는 행위를 잠재적 범죄로 취급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는 떳떳하게 정상거래를 한 실수요자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조정대상지역 3억원 이상 부동산 매매거래 시 ‘주택취득자금 조달 및 입주계획서’(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을 의무화 하는 등 부동산 거래 절차를 한층 강화했다.


12·16부동산대책 중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의 후속조치 일환으로 조정대상지역은 3억원, 비(非)규제지역은 6억원 이상의 주택 거래 신고 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됐다. 또 투기과열지구는 9억원 초과 주택 거래 신고 시에도 자금조달계획서의 작성 항목별로 예금잔액증명서, 소득금액증명원 등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첨부해 제출해야 한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불법증여와 투기수요를 걸러내려는 의도다. 그러나 앞서 김씨 사례처럼 실수요자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그간 예·적금 등을 통해 수년 간 모은 자금을 일일이 서류를 통해 증명하는 일이 만만치 않고, 이를 하다보면 죄인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 불쾌감마저 든다는 것이다.


최근 집을 산 일부 수요자들은 “떳떳하게 정상적으로 집을 구매했기 때문에 소명자료를 쉽게 생각했는데, 제대로 써서 내지 않으면 벌금을 매긴다더라. 잘못한 것도 없는데 벌금까지 맞으면 더 억울할 것 같다”, “정부가 서울 집 사지 말라는데, 샀다고 혼나는 느낌이다. 이를 증빙하는 제출 서류는 반성문이다” 등 비난 글이 가득했다.


더욱이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의 경우 대부분의 아파트 값이 9억원이 넘어가는 상황이라 서울에서 집을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부의 규제 대상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집을 구매하면 제출해야 할 서류들로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


올 1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9억원을 돌파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635만원으로 6억원을 갓 넘겼으나, 이후 2018년 1월 7억500만원, 2018년 9월 8억2975만원 등 8억원 선을 넘어섰다.


급기야 올 들어서는 각종 고강도 규제를 받는 고가주택 기준인 9억원 마저 뚫렸다. 이는 서울 아파트 절반가량이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 해당된다는 걸 의미한다.


그간 정부는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잡겠다고 편집증 같은 고강도 규제를 이어왔다. 이로 인해 고가 아파트는 어느 정도 약세를 보였지만, 강북권과 외곽지역의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값의 오름세가 계속되면서 중위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결국 문 정부 들어 서민들의 중저가 아파트가 폭등한 셈이다.


“집사면 죄인, 아직 안 샀으면 잠재적 범죄자” 과연 이런 푸념은 왜 만들어졌을까.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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