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기획┃드라마 작가 세대교체②] 통통 튄다…‘재기발랄’ 신인
입력 2020.05.20 11:14
수정 2020.05.21 11:15
'동백꽃 필 무렵' 지난해 최고 화제작
'스토브리그', '하이에나' 등 신예 돋보여
구질구질한 사랑 놀음은 없다. 새로운 소재로 무장한 신인 작가가 대거 등장하면서 드라마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신인 작가들의 활약은 지난해부터 돋보였다. 2017년 장편 데뷔작 '쌈, 마이웨이'에서 청춘들의 이야기를 밝고 경쾌하게 다뤘던 임상춘 작가는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시청률, 화제성, 메시지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임상춘은 상처 있는 인물 동백이(공효진 분)를 내세워 로맨스, 가족애, 스릴러 등 복합장르를 골고루 버무렸다.
KBS2 '조선로코-녹두전'의 임예진, 백소연 작가와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송하영, 인지혜 작가도 각각의 작품의 통해 드라마 데뷔를 했다.
남궁민 주연의 SBS '스토브리그'를 이신화 작가도 신예다. 2016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이 작가는 '스포츠 드라마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편견을 깨고 보란 듯이 성공했다.
기간제 교사를 소재로 해 입시교육의 문제를 건드린 한 tvN '블랙독'의 박주연은 실제로 교직에 몸담은 바 있는 신인 작가로, 경험에서 우러나온 리얼리티로 호평을 얻었다.
JTBC '검사내전'의 서자연, 이현 역시 장편 데뷔 무대를 치렀다. 불륜녀 찾기를 내세운 오피스물 SBS 'VIP'의 차해원 작가도 신인이다. 차 작가는 대본 집필을 위해 실제 백화점 직원들뿐 아니라 명품 브랜드와 해외 카지노 등 VIP 마케팅팀 담당자들을 취재했다.
최근에는 SBS를 위주로 신인 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올 초 방송해 인기를 모은 김혜수 주지훈 주연의 '하이에나' 김루리 작가, 월화극 '아무도 모른다'의 김은향 작가, 현재 방송 중인 '굿캐스팅' 박지하 작가 모두 신인이다. 김루리 작가는 성별 역할을 통쾌하게 뒤집는 설정을 보여줬고, 김은향 작가는 여성 원톱 주연작을 이끌었다. 박 작가는 여성 국정원 요원들을 소재로 한 액션 코미디물을 썼다.
SBS에서 신인 작가들의 활약은 하반기에도 이어진다. 박은빈과 김민재 주연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류보리 작가, 김희선과 주원 주연의 기대작 ‘앨리스’는 강철규 작가의 데뷔작이다. 두 사람도 SBS 극본 공모전 당선자다.
신인 작가들의 활약은 다채로운 콘텐츠를 원하는 대중의 욕구와 잘 맞아떨어졌다. 플랫폼이 늘어나고 드라마가 쏟아지면서 새로운 드라마에 대한 갈증도 커졌다. 참신하고 땅에 발붙인 현실적인 이야기가 대중의 선택을 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신인 작가 육성 사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CJ ENM이 2017년 만든 창작자 지원사업 오펜(O’PEN)'은 작가(Pen)를 꿈꾸는 이들에게 열려 있는(Open) 창작공간과 기회(Opportunity)를 준다. 선발된 신인 작가들에게는 △창작지원금 △국내 유수 연출자 멘토링 및 전문가 특강 △교도소, 소방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현장 취재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블랙독' 박주연, '왕이 된 남자' 신하은, '회사 가기 싫어' 강원영, '좋아하면 울리는' 이아연 등이 오펜을 통해 데뷔한 작가들이다.
오펜 관계자는 “신인 작가들의 강점은 참신한 이야기”라며 “총 60명의 신인 드라마 작가를 발굴했고, 지난해 12월 드라마 부문을 기준으로 52건의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고 전했다. 이어 “신인 창작자들에게 데뷔 기회를 주면서 업계 전반에 신인 창작자 수급난을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인 작가들의 작품을 연이어 선보인 SBS는 드라마 스튜디오 ‘스튜디오 S’를 통해 드라마 경쟁력을 다져 나갈 방침이다. ‘VIP’ 차해원 작가 등 신인 작가들을 포함해 40여명의 작가가 합류했다.
스튜디오 S 제작국 홍성창 국장은 “신인 창작자의 힘은 새로움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고 짚었다. 이어 “작가들의 이야기가 흥행성도 보장된다고 판단되면, 편성을 잡는다”며 “신인 작가들을 기용하는 게 방송사 입장에서는 도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린 이미 검증 단계를 끝냈다. 도전 차원을 넘어서 이제는 신인 작가의 작품을 활용해야만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