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코로나 리스크’ 대출심사 강화…서민금융 경색 우려
입력 2020.05.19 06:00
수정 2020.05.18 17:34
저축은행들, 대출총량 줄이고 심사 강화…"대출 승인률 10% 이하"
'원금 상환유예' 등 금융지원 이후 부실 가능성…"출구전략 살펴야"
저축은행업계가 ‘코로나19’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모드에 돌입했다. 금융당국이 예대율 완화 등을 통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저축은행들의 자금공급을 적극 유인하고 있지만,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발 위기에 대출심사 강화에 나서면서 자칫 서민금융 전반이 경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의 작년 말 기준 대출잔액은 총 7조3714억원(개인대출 3조8033억원, 기업대출 3조5681억원)으로 코로나 사태가 확산된 올해 3~4월까지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OK저축은행의 대출잔액(총 6조5868억원) 역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여타 저축은행 역시 코로나 시국에 접어들면서 선제적으로 건전성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는 추세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최근 진행한 경영진회의를 통해 취약차주 대상 대출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고 유진저축은행도 가계대출의 대출이 가능한 평균 신용등급을 소폭 상향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저축은행에 대한 예대율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독려했다. 저축은행은 오는 2021년 6월까지 예대율을 10%p 이내에서 위반해도 제재를 받지 않게 됐다. 대출잔액 1000억원 이상 저축은행들은 예대율을 올해는 110%, 내년은 100% 이하로 관리해야 하지만, 규제 완화로 내년 6월까지 110%선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들의 이같은 여신 강화 움직임은 경기 악화로 개인사업자 등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질 수 있어서다. 정부의 코로나19 피해 중기와 소상공인 등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이자상환 유예 지원 프로그램 시행으로 1분기 리스크는 일단 넘겼지만 정책 지원이 끝나는 올 3분기부터는 코로나 후폭풍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한은이 저축은행 여신총괄 책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2분기 대출태도 전망치를 살펴보면 업계 전반에 걸친 위기감이 뚜렷하게 포착된다. 이 기간 저축은행의 대출태도 전망치는 -15로 1년 전보다 2배 이상 하락했다. 지수가 낮을수록 대출도 그만큼 까다롭다는 뜻으로, 그 수준이 카드사(-6)나 보험사(-9)보다도 낮다. 저축은행의 2분기 신용위험지수 역시 19에서 35로 악화됐다.
한은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 대해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차주들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부동산경기 둔화 등에 대한 우려로 여신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저축은행업계는 당장 연체율 등에서 부실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정부의 전방위 지원에 여신 부실 징후들이 가려져 있는 만큼 그 규모가 확대되기 전 관련 여신 운영을 보수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최근 저축은행의 대출 승인율은 10% 이하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들에 대한 대출 지원 만료 이후에 대한 대비책 마련의 필요성도 함께 나오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예대율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대출을 독려하고 있지만 감지되는 부실을 외면하면서까지 대출을 진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부실에 대해 금융권 뿐 아니라 당국도 선제적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