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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3 20일 등교 강행' 이유는?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0.05.18 13:35 수정 2020.05.18 16:45

정부 "이태원 집단감염, 통제 범위 내에 있어"

감염병·학사일정 등 내외부 요인 복합 영향

일각선 '9월 학기제' 주장…"가을 2차 대유행 가능성 고려해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고등학교 교문에 코로나19 대응 출입제한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고등학교 교문에 코로나19 대응 출입제한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태원 집단감염' 여파가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오는 20일 고등학교 3학년생 등교개학을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황금연휴 기간 동안 이태원에 방문한 교직원·원어민 보조교사·학생 등 838명에 대한 진단검사 결과, 786명(94%)이 음성 반응을 보이는 등 이태원 집단감염과 고교생 사이의 명확한 감염 연결고리가 확인되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8일 브리핑에서 최근 2주 동안 △하루 평균 환자 수 18.4명 △집단발생 1건 △감염경로 불분명 사례 13건(5.1%) △방역망 내 관리비율은 80% 미만 등으로 파악됐다며 "위험도 평가 결과와 방역관리 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이태원 집단감염에도 우리 방역관리 체계의 통제력은 의료체계가 대응 가능한 범위 내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신규환자는 전날보다 15명 늘어나 사흘 연속 10명대 증가폭을 보였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태원 클럽 관련 환자는 이날 0시 기준 △이태원 직접 방문 환자 89명 △N차 감염자 79명 등 총 168명이다. 이태원 집단감염 관련 대규모 환자 발병은 없는 상황이지만, 4차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데다 전국 11개 시도에서 관련 환자가 확인돼 추가 확산 여지는 남아있다는 평가다.


정부의 등교개학 강행과 관련해선 코로나19라는 '외부 요인' 외에도 학사일정이라는 '내부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등교개학을 다섯 번에 걸쳐 연기해 온 터라 중간고사‧학생부 작성‧수능 등으로 이어지는 학사일정의 탄력적 운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앞서 2021학년도 수능일을 기존 11월 19일에서 12월 3일로 2주 연기한 바 있다. 오는 20일 등교개학을 시작하지 않으면 대학별 추가합격자 모집 마감일(내년 2월 28일) 이틀 뒤로 예정된 3월 2일 대학 개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등교개학을 한 번 더 연기하려면 대학 학사일정까지 손 볼 수밖에 없는 뜻이다.


일각에선 추가 개학 연기‧9월 학기제 도입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가을 2차 대유행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교육 당국이 대안으로 검토하지 않는 모양새다.


윤 반장은 "고3 학생들의 개학을 앞두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감염병 확산에 대한 걱정이 많으실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종식될지 모르며 가을 재유행까지 언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일상을 계속 멈춘 채로 살아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악 대비하다 잘 넘어가면 다행이지만
요행 바라다 최악 경험하면 나락 떨어질 수밖에"


전문가들은 △밀폐된 공간 △밀접 접촉 △다중이용시설 등 '3대 감염조건'을 모두 갖춘 학교 내 확산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상대적으로 통제가 어려운 저학년생들의 방역 지침 준수 여부를 수시로 확인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CBS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방역만 생각한다면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개학은 유행을 다시 증폭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런 가능성 때문에 굉장히 큰 부담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더 미룰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사실 언제까지 미룰 수 있는지, 또 앞으로 우리가 안전한 상황이 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지금 개학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개학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어찌됐든 안전한 학교 환경을 만들고 유사시 어떻게 빠르고 적절하게 대응할지 준비를 잘하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엄 교수는 학교 내에서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손 위생 △환기 등의 방역 지침을 굉장히 철저히 지켜야 한다면서 "이것들을 관리하기 위한 인력이 필요하다. 기존의 선생님들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어디선가 대량발생의 불씨가 커지고 있지 않을까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면서 "최악을 대비하다 잘 넘어가면 정말 다행이라고 넘길 수 있지만, 요행을 바라다가 최악을 경험하게 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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