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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대한항공 유증 재원 마련 2가지는...담보대출·자산매각?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0.05.14 15:07 수정 2020.05.14 15:55

대한항공 지원 위해 3000억 필요...일정상 자산매각 쉽지 않아

부동산 담보 대출 가능성 높아져...리스크 큰 유증은 포기

서울시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전경.ⓒ한진그룹 서울시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전경.ⓒ한진그룹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재원 마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산매각과 담보매출이라는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은 것은 그만큼 아직까지도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칼이 이날 이사회를 통해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총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하면서도 재원마련 방식을 확정하지 못한 것은 가능성과 불확실성이 모두 상존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진칼 이사회는 이날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을 결의하면서도 재원 마련 방식은 자산 매각과 담보 대출 등으로 가능성을 열어뒀다. 매각과 담보 대상은 자회사 (주)한진이나 정석기업 등의 지분이나 정석기업이 보유한 부동산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측은 "참여 재원은 보유자산 매각 및 담보부 차입을 통해 마련할 것"이라며 "매각 및 차입 방안이 구체화되는 시점에 별도의 이사회를 개최해 확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재원마련 불확실성 여전...담보대출 가능성 높아


대한항공이 전날 약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지분 29.96%를 보유한 한진칼은 지분 변동없이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서는 약 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진칼은 현재 지분율을 유지해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해 이번 유상증자에 주주배정 물량 이상을 청약할 예정이다.


이는 아직 어느 쪽으로도 확정 짓지 못할 정도로 재원 마련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방증이자 그룹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해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2가지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것은 재원 마련 방식이 어느 한쪽으로 윤곽이 잡혀가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계열사 경영난 타개 의지를 천명하고 정부의 대규모 금융 지원에 화답하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지난 3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열린 한진칼 제7기 정기 주주총회 모습.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사회를 보고 있다.ⓒ한진칼 지난 3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열린 한진칼 제7기 정기 주주총회 모습.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사회를 보고 있다.ⓒ한진칼

재원마련 방식이 2가지로 압축된 가운데 가능성은 보유자산 매각보다는 담보 대출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보유자산 매각 가능성 여부를 떠나 대한항공의 촉박한 유상증자 일정에 맞추려면 자산매각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진칼도 별도로 유상증자를 하거나 보유자산 매각 및 담보 대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진칼이 보유자산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면 문제가 없으나, 대한항공의 촉박한 증자일정 등을 감안하면 자산매각이 쉽지 않아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산 매각은 매수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될 수 밖에 없다”며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는 것을 아는 매수자가 빠르고 신속한 결정을 내릴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 유상증자, 경영권·법적 리스크 부담으로 결국 제외


재원 마련 가능성의 하나로 점쳐져 온 유상증자가 제외된 것은 회사 입장에서 딜레마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진칼이 재원 마련을 위해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할 경우, 그룹 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


조원태 회장이 현재 KCGI(강성부펀드)·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연합’과의 경영권 분쟁 중이기 때문이다. 유상증자를 하게 되면 조 회장이 현재의 지분율(41.4%)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3자 연합(44%)과는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조 회장은 600억원의 상속세를 내야 하는 데다 우군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GS칼텍스 등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참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칫 3자연합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불리게 되면 경영권 분쟁에서도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특히 KCGI는 최근 한진칼에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하면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내용증명서를 보내며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한진그룹

이에 제 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한진칼 정관 제8조에 따르면 긴급한 자금조달을 위해 국내외 금융기관 또는 기관투자자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0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사회 결의만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조 회장으로서는 재원 마련과 함께 자신에게 의결권을 위임해 줄 신규 주주들이 들어오면서 경영권 방어도 한층 용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 경영권 분쟁을 펼치고 있는 3자 연합의 반발은 물론이고 법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현행법상 경영권 방어를 위한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한진칼이 긴급 자금조달을 위해 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더라도 지분율 상승 효과로 인해 경영권 방어로 판단될 여지가 있었다.


이러한 경영권 위협과 법적 부담으로 인해 유상증자는 아예 선택지에서 제외했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리스크가 큰 유상증자는 선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주총에서 주주들의 표심이 중요한 상황에서 총수가 법적 문제에 휘말리게 됐을 때 부담도 상당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한진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411억원 수준으로 주주배정시 최대 약 3000억원의 유상증자 대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원 마련에 실패할 경우 실권주가 대량으로 대량 발생할 수 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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