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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정신의학과 내세운 ‘영혼수선공’, 의학드라마 특유의 긴장감은 없지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5.08 00:58 수정 2020.05.08 01:00

과장된 우연 반복, 시청자 호불호 갈려

정신건강의학과 문턱 낮추는 계기 될까

ⓒKBS ⓒKBS

KBS2 수목드라마 ‘영혼수선공’은 흔한 의학드라마와 다른 길을 택했다. 지금까지의 의학드라마는 주로 굵직한 의료 사건들을 다루는 병원 속의 이야기를 그러냈다. 대부분 인물의 직업에 속한 사건과, 이를 초월해 개인의 인생 단면을 묘사하기도 한다. ‘영혼수선공’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사건’ 보다는 ‘사연’에 집중하면서 휴먼 메디컬 드라마로 기획됐다.


특히 유일무이하게 정신건강의학과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의학드라마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지난 6일 첫 방송에서는 정신의학과 의사들이 각자의 상처로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는 이들을 치료해나가는 모습을 담았다. 의학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지만, 신체증상장애부터 망상장애까지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냈다.


기획 의도처럼 분명 기존의 드라마와는 결부터 달랐다. 앞서 의학드라마 ‘브레인’ 연출을 맡았던 유현기 PD는 이번 드라마에 대해 “9년 전 ‘브레인’이라는 드라마처럼 생사가 갈리는 응급수술이나 외과술을 다룬 의학드라마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신건강의학과가 의학 말고도 심리학, 철학 등 전반적인 학문을 아우르는 의학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 초점을 맞춰 인간의 이야기를 다뤄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주연급 배우를 병원 밖의 인물로 설정하면서 이야기의 폭을 넓혔다. 의학드라마들에서는 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그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두 의사가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라인을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영혼수선공’은 여주인공인 정소민에게 뮤지컬 배우라는 캐릭터를 부여했다. 정소민 외에도 다른 정신의학과 환자들이 일회성으로 등장하지만 치유의 과정을 꾸준히 그려내기 위해서는 이야기 전체를 이끄는 주인공의 아픔의 무게감이 필요했던 것이다.


ⓒKBS ⓒKBS

지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방송된 KBS2 의학드라마 ‘브레인’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완성했던 신하균은 이번 드라마에서도 의사 가운을 입었다. 자칫 ‘브레인’과 ‘영혼수선공’의 캐릭터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오히려 전혀 다른 색깔의 캐릭터를 완성해내면서 호평을 이끌고 있다.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도 인상적이다. “내장이 터지고 피를 흘려야만 응급환자가 아니”듯이 꼭 수술 장면과 피 흘리는 환자를 등장시켜야만 의학드라마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정신건강의학의 중요성은 수차례 강조되고 있다. 드라마는 이 지점을 짚으면서 정신건강의학과로 가는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부분의 의학드라마가 외과를 중심으로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드라마의 극적 요소를 살리기 위함이다. 응급수술, 외과술 등 굵직한 사건이 수시로 발생하는 곳을 배경으로 하면서 긴장감 넘치는 연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혼수선공’에 앞서 ‘휴먼 메디컬 드라마’로 기획됐던 KBS2 ‘굿 닥터’ 역시 소아외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혼수선공’에서는 이 같은 종류 긴장감을 사실상 찾아보기 힘든 구조다. 그러나 드라마의 흥미를 북돋우는 긴장감을 놓칠 수는 없기 때문에 작품 초반에 다소 과장되고 우연이 거듭되는 스토리를 반복해서 보여주면서 시청자의 호불호가 갈렸다.


닐슨코리아 기준 4%대 시청률로 출발한 ‘영혼수선공’의 앞으로의 과제는 적절한 긴장감과 함께 대중이 납득할 만한 정신질환과 이를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휴먼 메디컬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공감’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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