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나홀로’ 호황 분양시장…“공급부족 전망 때문”
입력 2020.05.04 05:00
수정 2020.05.03 20:07
아파트 입주물량 급감, 미분양 주택도 감소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시세보다 저렴한 새아파트 등장
“시장 침체 우려에도 청약 인기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어”
최근 주택시장은 코로나19 사태와 12·16부동산대책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분양시장은 유례없는 경제불황에도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분양 아파트의 인기는 공급부족 시그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4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가장 극성을 부리고 있는 대구에서 3월 초 분양한 ‘청라힐스자이’는 평균 141대 1이라는 경쟁률을 보였다. 3월 말 청약이 진행됐던 ‘반월담역 서한포레스트’도 110대 1을 넘었다. 코로나 사태로 엄중한 시간을 보내던 대구에서도 분양시장 만큼은 살아 움직였다는 의미다.
대구뿐만 아니다.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이 전국 곳곳 분양시장에 사람이 몰렸다. 3월 하순 전남 순천에서 있었던 ‘한양수자인디에스티지’는 22.3대 1을 기록했고, 이어 ‘순천 금호어울림 더파크2차’도 55.2대 1이라는 호성적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위기는 이미 예고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 규제에 따른 공급 부족 신호가 청약에 대한 관심을 계속해서 키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도권과 지방 모두 1~2년 후에는 아파트 입주물량이 급감한다. 또 2020년 2월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주택은 3만9000가구였으며, 지난달에도 전국 미분양 주택은 3만8300여가구로 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는 2015년 10월 3만2221가구를 기록한 이후 미분양 물량이 4년5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섰다.
박합수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공급부족이 예고된 상태에서 미분양주택도 급감하는 등 수급불균형 문제가 불거질 개연성이 높은 시점”이라며 “더군다나 새 아파트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변모해 청약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유독 분양시장 경쟁률이 높은 이유는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규제지역에서는 분양가 심사와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가 등장하고 있어 심지어 30%이상 저렴한 분양물량도 나오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장 침체로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이 정도 경쟁력이면 별 무리가 없다’라고 판단할 수 있다”며 “앞으로 7월 말까지 서울에서 나오게 될 둔촌 주공, 개포주공1단지, 원베일리(신반포3차, 경남) 등 강남의 재건축 단지들은 일부 평형을 제외하면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해 중도금대출이 불가하더라도 기본적으로 100대 1의 경쟁률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다만, 강남 주요지역은 결국 청약가점이 높은 ‘현금부자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박 위원은 “주변 시세보다 30~40%이상 저렴한 노른자위 지역이니 경쟁률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을 것”이라면서도 “서울 아파트값은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가 절반에 달하고, 분양물량의 40% 가량이 그 금액을 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는 중산층 실수요자에게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