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D기획┃불륜드라마 불패③] 통쾌한 카타르시스…대리만족 혹은 현실만족?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입력 2020.04.28 10:32 수정 2020.05.04 13:58

자극적인 장면에도 시청률 고공행진

"현실 반영" vs "막장 드라마"

'부부이 세계'.ⓒJTBC '부부이 세계'.ⓒJTBC

JTBC ‘부부의 세계’는 지난 8회 방송에서 가해자 여성이 폭행당하는 장면을 VR(가상현실)처럼 담아내 비판을 받았다.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지만 이날 방송은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6회까지 19세 관람가로 했다가 7, 8회에서 15세 시청 등급으로 변경한 이 드라마는 종영까지 19세 시청 등급을 유지한다. 19세로 돌린 9, 10회 시청률을 또 다시 상승, 욕하면서도 본다는 불륜 드라마의 특징을 제대로 입증했다.


19세 시청 등급을 달 정도로 자극적인 불륜 드라마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린다. 불륜 드라마 자체를 꺼리는 시청자도 있는가 하면, '부부의 세계' 같은 속도감 있는 불륜 드라마에 재미를 느끼는 시청자도 많다.


언론계에 종사하는 30대 기혼여성 김예지(가명·33) 씨는 "불륜 드라마는 결혼 전이나 후나 보지 않는다"며 "불륜 소재 자체를 싫어한다. 어둡고, 우울하고 자극적인 소재를 굳이 드라마로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출산해 육아 휴직 중인 30대 여성 김현수(가명·32) 씨 역시 "육아를 해서인지 몰라도 불륜 드라마는 끌리지 않는다"며 "불륜드라마에서 나오는 복수나, 자극적인 장면도 피하게 된다"고 전했다.


외국계 기업에 근무 중인 한 40대 워킹맘 또한 불륜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이 여성은 "주변에선 욕하면서 본다는데, 난 욕이 나오는 드라마 자체를 안 본다"며 "만약 불륜 드라마를 보게 되면 '내 남편이나 다른 부분들도 그렇지 않을까'라는 선입견도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불륜 드라마가 불륜에 대한 판타지를 심어주거나 불륜을 부추기는 역할도 한다고 생각한다"며 "유명 배우가 출연해서 화제가 되는 것 일뿐, 막장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드라마 'VIP'ⓒSBS 드라마 'VIP'ⓒSBS

이들과 반대로 불륜 드라마를 흥미롭게 보는 시청자들도 있다. 공기업에 다시는 30대 워킹맘 배지혜(가명·35) 씨는 "불륜 드라마 속 인물들의 비극적인 상황과 나를 비교하다 보면 오히려 평범한 나의 현실을 감사하게 된다"며 "여기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밀회'나 '부부의 세계'는 불륜 외에 상류층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관계를 들추는데 나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보는 재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부의 세계'를 즐겨 본다는 40대 워킹맘 이나진(가명·45) 씨는 "'부부의 세계'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기혼자들이 '내게 이런 일도 닥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며 "간통죄도 폐지됐고, 현실에서도 불륜 남녀들 얘기를 자주 접해서 공감한다"고 전했다.


불륜 드라마를 '사랑과 전쟁'과 비교한 30대 워킹맘 역시 "자극적인 설정 때문에 현실적이지 않은 듯 보이지만, 부부 관계에 있어 현실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서 공감했다"며 "나한테도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고, 반대로 나한테 일어나지 않아서 안도하는 지점도 있다"고 짚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불륜 가해자가 망하는 모습을 보면 통쾌해 하고 짜릿해 한다”며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 법적 처벌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불륜 피해자가 가해자를 벌하는 복수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심리도 인기에 반영된다”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이어 “삶이 그렇듯, 결혼 생활 역시 항상 행복하게만 흐르지 않는다”라며 “부부들끼리는 드라마를 보면서 불륜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또 ‘내게 저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고, 결혼 생활을 다시 돌아보기도 한다”고 짚었다.


‘밀회’나 ‘부부의 세계’는 상류층의 불륜을 다뤄 우리가 몰랐던 다른 세계를 보는 재미를 줬다. 곽 교수는 “상상하기만 했던 상류층의 이야기 자체가 시청자들에겐 매력적”이라며 “시청자들은 꿈꾸기만 했던 상류층이 불륜으로 무너지고, 추악한 모습을 보이면 상류층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낀다. 그러면서 평범한 나의 현실에 만족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