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중문화 점검] '바닥 아래는 지하실' 공연계 직격탄…소극장 피해 '극심'
입력 2020.04.27 15:59
수정 2020.04.28 09:15
코로나19 창궐 이후 공연계 악화일로
국공립 공연장 공연 재개, 5월 반등 기대
<코로나19로 침체한 가요, 영화, 방송, 공연 등 대중문화계가 조금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 폭은 제한적이고, 영역별로 차이도 크다. 4월까지 대중문화계는 코로나19에 어떻게 흔들렸고, 어떻게 대응했으며, 5월 이후에는 무엇을 준비하는지 살펴봤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창궐 이후 공연계는 사상 유례없는 빙하기를 겪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 이후 본격적인 침체기에 빠진 공연계는 2월과 3월을 지나 4월에 이르기까지 악화일로를 걸었다. '바닥인 줄 알았는데, 그 아래 지하실이 있더라'는 말이 공연계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공연예술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4월 26일 현재 공연 매출액은 36억 3518만 원에 불과했다. 3월 매출액인 91억 2196만 원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2월(210억 69만 원)과 1월(406억 2224만 원) 매출액과 비교하면 더욱 처참한 수준이다. 공연 개막 편수도 1월 484건, 2월 357건, 3월 84건, 4월 75건으로 감소세가 뚜렷했다.
어려움을 겪던 공연계가 그야말로 패닉 상태로 빠져든 건 2월 23일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한 이후다. 사회적 공포 확산으로 공연장으로 향하는 관객들의 발길은 뚝 끊겼고, 국공립 공연장들이 앞다퉈 공연 취소 및 연기를 결정했다. 자연스레 민간 공연장과 제작사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매출 감소는 공연계에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안겼다. 특히 뮤지컬 '셜록홈즈'는 3월 8일 공연을 끝으로 사전 예고 없이 조기 폐막을 결정해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3월 중순 이후엔 미국·유럽 등 해외로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공연계는 더욱 위축됐다. 특히 정부가 초·중·고 개학(4월 6일)을 앞두고 2주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권고하고 나서자 공연 개막 여부를 저울질하던 공연들이 끝내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뮤지컬 '맘마미아!', '마마돈크라이', 로빈', 연극 '렛미인', '1인용 식탁' 등이 공연 취소 또는 기약 없는 공연 연기를 결정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앙상블 배우의 확진 소식도 악재로 작용하면서 국내 뮤지컬 대극장이 셧다운되는 초유의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1일 한국연극협회에 따르면 2월 중순부터 3월까지 공연 취소·중단에 따른 연극 피해액은 18억 원을 훨씬 웃돌았다. 협회는 4월에도 계속 피해 신고를 받고 있어 피해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예술인 3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월부터 3월까지 소득 현황을 묻는 문항에 '전혀 없다'고 답한 사람이 195명(60.5%), 100만 원 이하라고 답한 사람이 81명(25.2%)이나 됐다.
장기간 계속된 공연 중단 여파로 문을 닫는 공연장도 나오고 있다. 공연제작사 문화아이콘 측은 대학로에서 운영해온 '예술극장 나무와물' 폐관 소식을 알려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문화아이콘 정유란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2월부터 멈춘 공연장에 수입이 1원도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매달 내야 하는 월세를 감당하기 힘들었다"며 폐관 이유를 설명했다.
대학로에는 '예술극장 나무와물' 외에도 폐관을 고려하는 공연장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학로 공연장 상당수가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일부는 공연을 중단한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한국소극장협회에 따르면, 대학로 소극장 중 80% 정도가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면서 공연계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점이다. 예술의전당은 22일부터 26일까지 공연된 연극 '흑백다방'으로 시동을 걸었다. 지난 2월 연극 '여자만세' 이후 무려 두 달 만이다.
휴관 중이던 고양문화재단도 고양어울림누리와 아람누리 공연장을 다시 열었다.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도 신작 '춘향'을 오는 5월 14일부터 24일까지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그동안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등 국공립 공연장들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지난 2월부터 거의 모든 공연을 취소해왔기에 이번 공연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
앙상블 배우 확진 소식으로 문을 닫았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도 23일부터 공연을 재개했다. 일부 공연은 한동안 열리지 않았던 오프라인 프레스콜 개최를 공지한 상태다. 그만큼 공연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5월 이후엔 공연계도 조금씩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인 만큼, 철저한 방역체계를 유지해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관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방심은 금물'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방역'으로 전환된다면 문화생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슈퍼 전파자' 없이 철저하게 관리해온 공연계인 만큼, 생활 방역 체제에서도 큰 사고 없이 잘 관리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있다. 공연계가 5월을 문화의 계절로 다시 물들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