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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성추행 인정한 게 맞나

하재근 문화평론가 ()
입력 2020.04.25 16:35 수정 2020.04.25 16:35

자신 잘못을 명백한 성추행 아닌 가벼운 건으로 해석

마지막까지 대인배 행세…사퇴하면서 이미지 전략써

오거돈 부산시장이 2019년 5월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결과 대국민 보고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오거돈 부산시장이 2019년 5월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결과 대국민 보고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을 인정하면서 사퇴했다고 보도가 나오는데 그 부분이 애매하다. 오 전 부산시장은 사퇴하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한 사람에게 5분 정도의 짧은 면담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습니다.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으로 인지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경중의 관계없이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이 말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난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라고 해석된다. 자신은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을 뿐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강제추행으로 인식될 수 있는 일이었다는 말이다. ‘경중의 관계없이’라는 건, 자신의 잘못은 가벼운 것이지만 자신은 책임감이 큰 사람이므로 무거운 잘못과 동일한 수준으로 책임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러니 성추행을 100%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들린다는 말이다. 그만큼 사건을 축소하는 듯한 느낌이다. ‘5분 정도의 짧은 면담과정’이란 표현도 짧은 시간이라는 점을 강조해 잠깐 있었던 해프닝이라는 느낌을 준다.


오 전 시장의 말이 사실인지 아니면 사건 축소인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오 전 시장이 자신의 잘못을 명백한 성추행이 아닌 가벼운 건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표현했다는 점이다. 거의 사무실에서 업무 중에 실수로 몸이 부딪힌 정도의 사건처럼 들린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오 전 시장에게 동정론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작은 사건이라면 시장직에서 이렇게 황망하게 사퇴하겠는가라는 문제가 있다. 시장직 사퇴를 보면 명백한 성추행이 맞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명백한 성추행이 맞는다면, 오 전 시장의 말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된다. ‘불필요한 신체접촉’ 정도로 평지풍파를 일으킨, 과도하게 예민한 사람으로 만든 구도이기 때문이다.


‘경중을 떠나’라는 표현은 얼마 전에 크게 질타 받은 김유진PD 학교폭력 논란의 사과문 속 ‘사실관계를 떠나’라는 표현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을 떠나는 것이든 경중을 떠나는 것이든, 모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결국 김유진PD는 잘못을 정확하게 인정하는 사과문을 다시 내놨는데, 오 전 시장은 어떻게 될까?


오 전 시장은 이런 말도 했다.


“정상적인 시정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허물을 제가 짊어지고 용서를 구하면서 나가고자 합니다.”


직접적인 잘못은 크지 않지만 다른 잘못까지 자신이 다 책임지겠다는 의미, 또는 안 나갈 수도 있지만 부산을 위한 충정 때문에 나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마지막까지 대인배 행세인 것이다. 오 시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귀감이 될 만한데, 성추행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퇴하면서 이런 이미지 전략을 쓴 것이라면 문제다.


연예인도 이런 식의 사과문을 발표하면 크게 비난 받는다. 오거돈 전 시장은 연예인도 아닌 정치지도자이고 광역시장이었다. 명백하게 성추행을 저지르고도 이런 회견문을 발표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국민적 질타를 더 크게 받을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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