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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특가’ 아이폰SE, 어떻게 탄생했나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입력 2020.04.26 06:00
수정 2020.04.26 06:11

아이폰8 디자인에 부품 ‘재고정리’로 원가 절감

가격으로 재미 본 애플…인도 등 신흥시장 공략

컴퓨터 본체 바퀴도 50만원을 받는 애플이 ‘아이폰SE’ 가격을 역대 가장 낮은 가격인 55만원으로 책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애플은 보급형이란 이름으로 ‘아이폰5C’와 1세대 아이폰SE를 출시했지만, 16기가바이트(GB)기준 아이폰5C가 75만원, 1세대 아이폰SE가 59만원이었다.


애플은 보급형이라고 해도 가격이 비싸, 보급형이란 이름이 무색했다. 하지만 이번에 접근성 있는 가격을 책정해 진짜 가성비(가격대 성능비) 있는 제품을 내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플은 어떻게 가격을 낮췄을까.


애플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SE’.ⓒ애플
◆가격 낮춘 비결은 생산 설비 ‘단순화’


이번 아이폰SE는 2017년 출시된 ‘아이폰8’과 몇 가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같다. 때문에 애플이 아이폰8 부품을 재활용해 가격을 낮췄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애플이 3년 전 아이폰8을 1억대 발주했는데 5000만대만 팔렸다면, 5000만대가 고스란히 재고로 남게 된다. 남은 제품을 재활용하면 재고도 처리하면서, 동시에 제품 개발 비용까지 아끼게 된다. 생산 설비도 그대로 사용 가능하다.


또 아이폰8 전면은 흰색과 검은색 2가지였던 것에 비해 아이폰SE는 검은색으로 통일했다. 제품 색상이 다양해지면 그만큼 제조 설비를 여러 개 가동해야 한다. 고정비와 제조원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애플은 이런 부분에서도 원가 절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단말 색상이 다양해지면 고정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고객 선택 폭을 넓힌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제조원가 차원에서는 한 가지 색상이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애플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SE’ 소개 문구. 애플 홈페이지 캡처
◆이유 있는 가격?…4.7인치·1800mAh 배터리


애플은 아이폰SE를 ‘이상적, 그러나 합리적’인 제품이라고 소개한다. 성능은 최고 수준이지만, 가격은 확 낮췄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1과 같은 ‘A13 바이오닉’을 탑재했다. 이 AP는 성능 면에서는 스마트폰 중에서는 최고로 꼽힌다.


다만 ‘이유 있는 가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성능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다소 부족한 탓이다. 특히 디스플레이가 4.7인치로 최근 제품들 대비 작고, 배터리 용량도 1820밀리암페어시(mAh) 수준이다. 최근 많이 소비되는 실시간 동영상 콘텐츠를 즐기기에는 아쉽다는 평가다.


가장 최근 출시된 애플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크기를 보면 ‘아이폰11 프로 맥스’는 6.5인치, ‘아이폰11’은 6.1인치로 시원시원하다. 동영상 재생(스트리밍) 시간도 차이가 난다. 아이폰11 프로 맥스는 12시간, 아이폰11은 10시간, 아이폰SE는 8시간이다. 물론 가격 차이가 커 아이폰11 시리즈와 단순히 비교하긴 어렵다.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납득할만한 사양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아이폰8이 출시된 3년 전만 해도 지금처럼 동영상 콘텐츠 소비가 주를 이루는 시절이 아니어서 4.7인치 화면과 적은 배터리 용량도 문제가 없었다”며 “하지만 사용자들이 대화면에 적응한 현 상황에서 아이폰SE가 콘텐츠 소비를 주로 하는 사용자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애플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SE’.ⓒ애플
◆아이폰XR보다 싼 아이폰11로 지난해 4분기 ‘1위’


시장 상황을 보면 최근 스마트폰 시장은 중저가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울 적기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인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심리까지 위축됐기 때문이다.


애플이 그동안 고전하던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새 제품을 내놓는 대신, 기존 부품에 최신 AP만 탑재하는 ‘똑똑한’ 전략을 썼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 자리를 탈환했다.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부재에도 불구하고 아이폰11이 ‘아이폰XR’보다 낮은 가격으로 출시되며 좋은 반응을 얻은 덕으로 풀이된다.


가격 낮춤 전략으로 재미를 본 애플은 올해 아이폰SE를 앞세워 인도 등 신흥 시장을 적극 공략할 전망이다. 인도는 지난해 1억519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미국을 제치고 스마트폰 판매량 2위에 올랐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상대적으로 적은 동남아 지역도 올해 스마트폰 업계에서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WSJ(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 아이폰SE 가격 책정은 인도와 같은 유망 신흥시장에서 새 수요층을 공략하려는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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