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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두산 구조조정…채권단 '송곳 검증' 통과할까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0.04.14 12:24 수정 2020.04.14 12:26

두산솔루스·퓨얼셀 외 두산중공업 사업 부문 매각 대상

채권단, 캐시카우 두산인프라·밥캣 지분 요구 가능성

두산그룹 본사가 위치한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전경.ⓒ두산 두산그룹 본사가 위치한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전경.ⓒ두산

두산그룹의 자구계획안이 채권단으로 넘어가면서 그룹 내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채권단은 두산 자구안의 타당성과 실행 가능성 여부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논의 과정에서 자산 매각 규모와 사업 재편 폭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금융권 및 재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두산그룹이 제출한 자구안을 놓고 정밀 검증에 돌입했다. 두산측이 제시한 사업 매각과 유동화 자산의 가치가 실행 가능한 수준인지를 면밀히 따질 예정이다.


특히 채권단은 1조원의 자금 지원을 단행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유동성 방안이 전제돼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계열사 또는 사업부를 매각하더라도 그만큼의 현금화가 어려울 경우, 두산을 추가로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두산 측은 전기차용 배터리 동박(전지박)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 지분 매각으로 유동성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솔루스는 올해 매출 목표를 작년보다 27% 늘린 3340억원으로 책정할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회사다. (주)두산이 가진 두산솔루스 지분은 약 17%에 불과하나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주요 주주를 포함한 특수관계인(44%)들이 61%를 보유하고 있다.


당초 국내 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의 지분 매입이 유력했으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두산솔루스를 공개 매각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솔루스 외에 연료전지 사업을 운영하는 두산퓨얼셀 지분 매각도 물망에 오른다. 두산퓨얼셀은 시장 진입 후 3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수주 1조원을 넘어서며 성장세를 보였고 올해도 1조원 이상을 수주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두산중공업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두산중공업이 가스터빈, 풍력 사업 등 신사업 수주 비중을 2023년까지 50%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밝힌 만큼, 그 외 석탄화력발전 사업, 담수화 플랜트 및 수처리 설비 사업 등을 팔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신분당선 운영사인 네오트랜스, 산업용 난방보일러 제조회사인 두산메카텍도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네오트랜스는 두산건설이 최대주주(42.85%)다.


매각 대금은 두산중공업 자본 확충에 활용될 전망이다. 다만 대주주만 참여하는 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가 유력하다. 일반 주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대주주의 경영정상화 의지를 채권단에 관철시킬 수 있다.


이 밖에 두산중공업은 임원들의 임금 반납에 이어 고정비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2차 인력 조정안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두산솔루스·퓨얼셀 매각을 비롯해 두산중공업 인력 조정, 그 외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이 현실화되면 두산그룹은 약 1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으로는 채권단이 원하는 수준의 금액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유동화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두산솔루스 매각이 한 차례 결렬됐고, 시장 상황상 그 외 자산 매각도 속도감 있게 전개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권단은 향후 논의 과정에서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 지분도 추가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의 고강도 자산 매각과 유동성 확보를 강조해온 만큼 채권단의 칼끝이 두산인프라코어·밥캣까지 겨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이들 회사는 두산그룹의 캐시카우인만큼, 그룹과 대주주가 이를 감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채권단은 자구안과 이달 말 나올 실사 결과를 검토한 뒤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짓겠다는 방침으로, 그룹 재건을 위해서는 구조조정 수위를 한층 높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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