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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압박' 예상되는데…시중은행 깊어진 '채용고민'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0.04.14 14:23 수정 2020.04.14 14:23

최악의 고용한파에 '일자리 총대 메라' 압박 시달릴 듯

고용 창출에 따른 정부지원 기대감도 "당국 지켜봐야"

은행권 채용시즌이 시작되고 있다.ⓒ뉴시스 은행권 채용시즌이 시작되고 있다.ⓒ뉴시스

채용시즌을 앞둔 은행권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채용 규모를 대폭 늘려야 하지만, 최근 점포와 인력을 줄이면서 디지털화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채용을 늘리는 것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신입행원 250명을 포함해 총 580여명의 규모의 공개 채용을 실시하기로 했다. 신입행원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보다 30명 늘어난 규모다. 윤종원 은행장은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최근 청년 일자리 부족 등을 감안해 상반기 채용규모를 확대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산업은행도 50명 규모의 신입행원을 선발한다. 산업은행의 상반기 채용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채용 배경에 대해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 대응과 정책금융 강화로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출입은행은 하반기에 35명 규모의 신입 사원을 뽑을 계획이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국책은행의 채용공고를 '압박'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은행권 채용은 국책은행이 채용계획을 발표하면 시중은행이 뒤따라 채용일정을 내놓는 순서가 일반적이었다. 국책은행의 채용일정과 규모가 일종의 은행권 '기준'이 되는 셈이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서로 눈치를 보면서 채용일정과 규모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농협은행만 상반기 280명 규모의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필기시험을 한 차례 미뤘고, 면접 일정은 아직 못 잡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상반기 채용 일정은 아직까지 미정인 상태다. 두 은행은 "코로나19 사태로 상황을 지켜본 뒤 모집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애초에 상반기 신입행원 공채를 하지 않는다고 밝혀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은 상황이다.


은행권 일각에선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올린 것이 오히려 '채용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의 구조적 이슈를 들여다보지 않고 '작년에 호실적인데 왜 채용은 적게 하느냐'며 채근할 수 있다"며 "단순히 숫자만 보고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은행들은 지난해 신입행원을 대규모 채용하며 기준치를 끌어올려놨다. 이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신규 인력수요가 커졌기 때문이었다. 올해는 경기 침체에 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무작정 채용을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고용한파에 '일자리 총대' 예고…'채용성적표' 줄세우기 대신 '당근책' 기대


올해 은행권이 체감하는 채용압박은 그 어느때보다 큰 상황이다. 당장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실업대란이 현실로 닥쳐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가 15만6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3만1000명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11년 만의 최대 증가폭이다.


그동안 고용시장에 한파가 불어올 때마다 규제산업인 은행권에 '총대'를 메라는 정부의 요구가 이어졌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에 발맞춰 '은행권 고용창출 평가 결과'라는 성적표를 내놓기도 했다. 시중은행들이 당국의 '채용성적표'에서 낙제를 면하기 위해 서로 눈치경쟁을 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 데 가장 큰 걱정이 고용문제"라며 일자리 문제를 토로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기업들이 고용을 유지하도록 하는데 가장 주안점을 두겠다"며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들에 대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은행권은 채용시즌을 맞아 정부의 극심한 압박에 시달리겠지만, 역설적으로 일자리 창출이란 정부의 숙원 과제를 풀어주면 그에 따른 규제완화 등 지원책을 기대해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미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피해 기업을 지원하는 금융사에 대해 '면책'이라는 당근을 제시했다.


은행들은 채용공고에 앞서 금융당국의 움직임을 살피는 분위기다. 지난해 관치금융 논란을 빚은 채용성적표를 또 다시 발표하지 않는 대신 지원책으로 고용을 독려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정해진 방향은 없고 지원책은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고만 했다.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채용규모를 대폭 늘린다고 해서 정부가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게 있을까 싶다"면서 "규제완화 등을 해주면 좋지만, 결국은 감독당국의 판단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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