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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키코 배상안' 거부…금융권 묘한 '긴장감'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0.04.05 06:22 수정 2020.04.05 06:22

신한·하나·대구銀 6일까지 분쟁조정 수용 여부 밝혀야

키코 배상에 사활 걸었던 윤석헌 금감원장 '리더십 타격'

금융감독원 제공 금융감독원 제공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에 대한 은행들의 분쟁조정안 수락 여부 통보시한이 다가오면서 금융권에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신한·산업·하나·대구‧씨티은행은 6일까지 키코 분쟁조정안에 대한 결론을 금융감독원에 밝혀야 한다.


조정안을 수용한 우리은행을 제외하고 신한·하나·대구은행은 결정 시한을 연장했고,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은행권에서는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신한‧하나‧대구은행도 분쟁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난 사안에 대해 다시 배상하는 것은 배임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조정안 수용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이사회도 열지 않은 상황이다. 내부적으로는 '배상 불가' 입장으로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수락하지 않더라도 은행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금감원에 반기를 들어올리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 시한연장이라는 '완충기간'을 거쳤을 뿐, 결국 거부입장을 밝힐 것이란 얘기다.


더욱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불복을 선언하면서 다른 시중은행들이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을 '명분'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조차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은 건 배임의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며 "애초에 금감원의 분쟁조정 시도가 무리한 들추기라는 공감대가 커진 상황이라 은행들이 거부하는데 부담이 크진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사안이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사활을 걸고 밀어붙였던 대표적인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이라는 점이다. 윤 원장이 공식석상에서 "키코 문제를 아젠다로 올린 것이 제일 잘한 일"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에 은행들이 시간을 끌며 권고 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윤 원장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원장의 '입지'가 달린 사안이지만, 분쟁조정이 무산되더라도 금감원이 나서서 소송을 낼 수도 없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인 10년이 지나 은행들의 배상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지난해 12월 키코를 판매(2007~2008년)한 6개 은행의 불완전 판매 책임을 뒤늦게 물어 피해 기업에 손실액의 15~41%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은 지난 2월 피해기업에 배상금 지급을 끝냈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순이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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