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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혈장 치료가 뭐길래”...면역치료 새 희망될까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입력 2020.04.03 06:00 수정 2020.04.02 17:16

메르스 때 제한적으로 시도됐던 치료법

세브란스병원 “중증 환자 3명에 실시해 긍정적 효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방역당국이 치료에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을 활용하는 방침을 세웠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방역당국이 치료에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을 활용하는 방침을 세웠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도 활용됐던 혈장 치료법이 코로나19 치료의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일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코로나 중증 환자 3명을 대상으로 혈장 치료를 시작해 빠르면 1~2주 내로 구체적인 치료 방법과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혈장은 혈액에서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을 빼고 남는 액체다. 혈장에는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건강을 회복한 환자가 갖고 있는 항체가 다량으로 들어 있다. 혈장 치료는 완치자의 혈장을 코로나19 환자에게 수혈해 바이러스 저항력을 길러주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기억하고 있는 항체를 넣어줌으로써 환자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에 더 잘 싸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혈장 치료 결과 코로나19 환자의 바이러스 분비가 감소하고 회복이 빨라졌다는 보고가 있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때도 국내 중증 환자 3명을 대상으로 혈장 치료가 이뤄졌다.


마이클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대응팀장은 “혈장치료는 백신이나 특정 항바이러스제가 없을 경우 쓸 수 있는 유효한 치료법”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충분한 혈액과 혈장을 확보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완치자가 혈장을 기증하겠다는 의사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번의 혈장치료를 위해선 완치자의 혈액 6∼7L가 필요하다. 타인의 혈장을 수혈받았을 때 생기는 신체 거부반응을 해결하는 것도 과제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GC녹십자가 자사의 면역글로불린 제제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19 혈장 치료제를 올 하반기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GC녹십자는 개발 중인 ‘GC5131A’가 세계 첫 코로나19 혈장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GC5131A는 코로나19 회복 환자의 혈장에서 다양한 항체가 들어있는 면역 단백질만 분획해 만든 고면역글로불린(Hyperimmune globulin)이다. 면역글로불린이란 혈청성분 중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항체 작용을 하는 단백질을 말한다. 항체가 들어있는 면역글로불린만 떼어내 치료제를 만든다는 개념이다.


다케다, 그리폴스 등 해외 혈액제제 기업들도 GC녹십자와 같은 코로나19 혈장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들 기업도 연내 혈장 치료제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혈장치료"라면서도 "하지만 혈장치료의 명확한 치료 효과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약물 재창출이나 신약 개발 등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혈장치료냐 약물 재창출이냐" 속도전 가속화


혈장치료 외에도 제약업계에서는 ‘약물 재창출(drug repurposing)’ 전략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약물 재창출이란 안전성이 입증돼 이미 사용되고 있는 약물로 새로운 적응증을 규명해 신약으로 개발하는 것을 일컫는다.


약물 재창출의 장점은 기존 신약개발 과정을 대폭 단축해 개발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후보물질 발굴과 안전성 테스트 과정이 완료됐기 때문에 개발 기간과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약물 재창출 후보로는 에볼라 치료제인 렘데시비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인 칼레트라,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등이 있다.


독감치료제 아비간, B형 감염(HBV) 치료제 자닥신과 노바페론, C형 간염(HCV) 치료제인 인터페론과 리바비린도 언급된다. 국내 기업들 중에선 부광약품, 신풍제약이 각각 레보비르와 피라맥스의 약물 재창출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분야는 완치 환자의 혈액을 이용한 혈장치료제 개발, 기존 허가된 의약품에서 새로운 약효를 찾는 약물 재창출, 신약 개발, 치료항체 개발 등 네 가지로 나뉜다”며 “현재 국립보건연구원에서 기존 약물 20여종의 약물로 약물 재창출에 대해 다앙한 시도를 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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