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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드라마로 간 영화감독③] 무한 플랫폼 속 결국은 콘텐츠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입력 2020.03.31 14:42 수정 2020.03.31 15:24

디즈니플러스 한국 시장 진출 예정

"입소문이 관건, 중요한 건 이야기"


'방법' 스틸.ⓒtvN '방법' 스틸.ⓒtvN

영화감독들이 드라마로 넘어오면서 느끼는 한계도 분명하다. '방법'을 쓴 연상호 감독은 "드라마는 영화보다 예산의 한계가 존재했고, 서사 방식도 영화와 달랐다"며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돌파할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멜로가 체질'을 통해 1%대 저조한 시청률을 경험한 이병헌 감독은 "드라마에서 극본과 연출을 겸하는 모험이 쉽지 않았다"며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대중이 원하는 것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지 공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드라마가 가진 약점을 딛고서라도 영화감독들의 연출이 잇따르고 있는 이유는 새로운 콘텐츠를 원하는 대중과 창작자의 욕구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연 감독은 "드라마 시청자들이 이전에 보지 못했던 드라마를 원한다는 욕구를 느꼈다"며 "대중이 신선한 것을 원할 때 창작자로서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영화 산업이 고착화되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정해져 있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며 "반면, 드라마 업계는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변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다채로운 플랫폼 창구가 창작자들에게는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되는 셈이다. 연 감독은 "국내외 OTT 뿐만 아니라 케이블채널 드라마의 성장을 기반으로 플랫폼 자체가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플랫폼의 개방성이 창작자로서는 무언가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영화 산업에서 시도해 보지 못했던 소재나 형식을 드라마에서 과감하게 시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병헌 감독 연출 드라마 '멜로가 체질'.ⓒJTBC 이병헌 감독 연출 드라마 '멜로가 체질'.ⓒJTBC


‘킹덤2’의 박인제 감독 역시 "2시간을 넘어 확장된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꼈다"며 "다양해진 플랫폼은 감독들에게 좋은 기회가 된다. 이런 사례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웨이브와 손잡은 민규동 감독은 "SF영화는 많은 영화 감독에게 감독의 꿈을 키워준 원동력이었다"라며 "상대적으로 높은 예산과 좁은 시장의 한계로 아쉽게도 다양한 작품이 탄생하지 못했다. 다양한 창작 기회를 확장해줄 플랫폼을 찾고 있던 차에 좋은 기회를 만났다"고 밝혔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한 감독들의 도전은 앞으로 더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해외 유명 OTT 외에 왓챠 플레이, 웨이브 등 국내 토종 OTT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CJ ENM은 JTBC와 연합해 OTT 법인을 상반기에 출범시키기 위해 준비 작업에 한창이고, KT는 지난해 11월 자체 OTT인 시즌을 공개하며 OTT 시장에 합류했다. 올해는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시장 상륙도 예정됐다.


양경미 영화평론가는 “한국 영화는 극장에 너무 의존하다 보니 질적 성장이 더디다”라며 “향후 OTT 시장이 더 커지면 영화에서 자유롭게 작업하지 못했던 창작자들이 움직일 것이다. 참신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작품도 영화에서보다 더 수월하게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디어 격전지에서 살아남으려면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병헌 감독은 "매체나 플랫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라며 "중요한 건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양 평론가 역시 “OTT에서는 입소문이 난 좋은 콘텐츠만이 살아남는다”라며 “콘텐츠의 질이 성공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디어 간의 경계를 넘어 서로 결합·융합되는 현상인 '트랜스 미디어‘ 시대가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 감독은 "극장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 산업뿐만 아니라 드라마 업계 등 콘텐츠 산업은 끊임없이 변한다“며 ”이 변화가 고착화되는 시기도 있을 듯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런 다채로운 변화가 서로 다른 플랫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트랜스 미디어'를 통해 어떤 한 작품의 세계관이 확장되고 이어지는 현상이 지속되리라 본다“고 예상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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