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한은, 사상 첫 무제한 유동성 공급 '긴급처방'(종합)
입력 2020.03.26 11:12
수정 2020.03.26 11:12
6월까지 한도 없는 RP 매입…대상에 증권사 11곳 추가
외화 유동성 확대 조치 병행…정부 규제 완화 '지원사격'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금융사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기로 했다. 얼마 전 시행된 외화 유동성 확대 조치에 이은 긴급처방 성격이다. 아울러 정부도 은행들에 대한 일시적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며 지원사격에 나선 모습이다.
한은은 26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과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 및 대상증권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공개시장운영규정과 금융기관대출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전액공급방식의 유동성 지원은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당시에도 실시된 적 없는 사상 처음으로 이뤄지는 방안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오는 6월 말까지 매주 1회 정례적으로 한도 없는 전액공급방식의 RP 매입을 통해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 없이 공급할 계획이다.
금리는 기준금리 0.75%에 0.1%포인트를 가산한 0.85%를 상한선으로 설정하고, 입찰 시마다 모집금리를 공고하게 된다. 7월 이후에는 그동안 입찰결과,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이번 조치의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은은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에 증권사 11곳을 추가하고, 대상증권도 8개 공공기관 특수채로 확대했다.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은 기존 17개 은행과 5개 증권사로 한정돼 있었으나, 이번에 통화안정증권 및 증권단순매매 대상 7개 증권사와 국고채전문딜러 4개 증권사가 추가됐다. 또 RP매매 대상증권에 8개 공공기관 특수채를, 대출 적격담보증권에도 이들 공공기관 특수채와 은행채를 추가하기로 했다.
앞서 한은은 정부와 의견을 모아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확대했다. 외화 유동성 공급 확대를 통해 스왑시장의 수급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한은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협의를 거쳐 이번 달 19일부터 은행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25% 확대했다. 이에 따라 국내은행 선물환 포지션 한도는 기존 40%에서 50%로, 외은지점 한도는 200%에서 250%로 넓어진 상태다.
이는 국내 외환스왑시장에서 외국인 주식자금 관련 수요 등으로 일시적인 쏠림현상이 발생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조치를 통해 은행들의 외화자금 공급여력이 확대되는 만큼, 선물환 포지션이 높은 은행들을 중심으로 외화자금 공급이 일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물환포지션 한도는 2010년 10월 급격한 자본유입과 단기차입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후 시장여건 및 여타 건전성제도 개편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돼 왔다.
아울러 이에 힘을 보태기 위해 정부는 은행들에 대한 외환 건전성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국내 은행에 적용되는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현행 80%에서 올해 5월 말까지 70%로 한시 조정하기로 했다.
이는 외화 운용에 있어 은행들에게 좀 더 여유를 주겠다는 취지다. 외화 LCR은 은행의 외화 건전성을 평가할 때 쓰는 대표적인 지표다. 기준 시점으로부터 향후 1개월 동안 벌어질 수 있는 외화 순유출 규모와 비교해 현금이나 지급준비금, 고신용채권 등 유동성이 높은 외화 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에 대해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금융사의 해외차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향후 3개월 간 외환 건전성 부담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고 올해 징수 예정인 부담금에 대해서도 분할 납부를 확대해 사실상 납부를 유예토록 하겠다"며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과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기업과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는 방안도 신속하고도 충분한 수준으로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