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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와치맨, 로리대장태범 검거, 어이가 없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
입력 2020.03.25 08:20 수정 2020.03.25 07:16

음란물 유포 집행유예 기간에 불법촬영 영상 유포 고담방 운영

불법촬영물 유포와 인간 노예화는 악마적인 범행이고 인격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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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창시자인 ‘갓갓’으로부터 방을 물려받아 운영한 인물이자, 또 다른 성착취 범죄가 일어난 ‘고담방’을 작년 4월부터 5월 사이에 만들었고, 같은 해 4월부터 9월까지 음란물 커뮤니티 사이트까지 운영했다고 보도된 와치맨이 이미 검거된 상태라고 한다. 알고 보니 벌써 재판까지 이루어져 선고 공판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이 소식이 황당한 것은 n번방 관련자 검거 소식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사방 조주빈으로 인해 이 사건이 떠들썩하게 조명 받지 않았다면 와치맨은 아무도 모르게 형을 살고 다시 세상으로 나왔을 것이다. 반인륜적인 디지털 성범죄 전력이 철저히 은폐된 상황으로 사람들 틈에 섞여 들었을 것이란 얘기다.


어이가 없다. 범죄자들 신상 보호가 너무나 철저하다. 이러니 피해자는 평생 불안에 떠는데 가해자는 발 뻗고 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와치맨은 불법촬영 동영상 캡쳐본을 게시하며 여성의 신상을 짐작할 수 있는 정보를 올리거나, 또는 다운 받은 불법촬영 성관계 동영상을 올리며 피해자들의 신상을 추리하는 내용도 올렸다고 한다. 이렇게 타인들을 지옥 속으로 몰아넣은 악인을 드러나지 않게 숨겨준 우리 시스템이 황당하다.


검찰이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다는 점도 어이가 없다. 와치맨에겐 전과가 있었다고 한다. 2018년 6월에 음란물 유포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는 것이다. 집행유예 기간에 또다시 반인륜적 범죄 행각을 벌인 셈이다.


그렇다면 아주 엄중하게 대처해야 함에도, 우리 공권력은 와치맨이 언론에 드러나지 않도록 지켜준 것으로도 모자라 3년 6개월 구형에 그친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에 당한 사람은 평생 고통을 겪는데 말이다. 디지털 성범죄는 유출본이 계속 인터넷에 떠돌면서 피해자의 사회적인 삶을 파괴하는 준 살인이다. 우리 공권력은 그런 악행에 너무나 관대하다.


‘n번방’ 사건을 언론이 집중 조명하자, 이제야 검찰은 와치맨 추가 조사에 착수한다고 한다. 법원에 변론 재개를 요청해 선고 공판이 취소됐다. 검찰 측 인사는 기소 당시 n번방과의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음란물을 직접 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형이 가벼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주빈으로 인해 민심이 들끓자 뒤늦게 눈치 보며 재조사에 나섰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당시에 혐의점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설명도, 디지털 성범죄를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자기고백으로 들린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 “경찰이 수사 중인 ‘박사방’ 사건 등 다른 음란물 제작·유포 사건과의 관련성 및 공범 여부 추가 조사”를 통해 “죄질에 부합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박사방 음란물 제작 유포 사건과 관련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 3년 6개월 구형을 확정하겠다는 뜻인가?


박사방 음란물 제작 개입 여부와 상관없이, 음란물 유포 집행유예 기간에 불법촬영 영상을 유포하고 고담방을 운영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 충분히 반사회적이다. 보도된 혐의 내용들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황당한 소식은 또 있다. n번방을 모방해 또다른 텔레그램 성착취방을 만든 5명이 지난 해 검거돼 재판 받는 중이라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동영상 76편을 만들어 일부를 유포한 혐의다. 피해자는 여중생이다. 주범은 ‘로리대장태범’이고, 5명이 피해자 유인 또는 협박 등 각각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범행했다고 한다.


이 역시 박사방 사태가 터지지 않았다면 아무도 모르게 지나갔을 것이다. 우리 공권력은 가해자 보호에 왜 이렇게 철저한가? 왜 와치맨, 로리대장태범, 이런 식의 가명으로 이들을 지켜줘야 하나? 불법촬영물 유포와 인간 노예화는 악마적인 범행이고 인격살인이다. 우리 공권력의 관대함이 어이없는 이유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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