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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 면한 도쿄올림픽, 연기해도 첩첩산중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0.03.25 00:01 수정 2020.03.25 09:00

IOC-일본, 늦어도 2021년 여름까지 개최 합의

출전권 배분 등 난제 산적, 막대한 경제적 손실

24일 IOC 바흐 위원장과 전화 회담 후 인터뷰하는 일본 아베 총리. ⓒ 뉴시스 24일 IOC 바흐 위원장과 전화 회담 후 인터뷰하는 일본 아베 총리. ⓒ 뉴시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 현상에도 ‘2020 도쿄올림픽’ 7월 개최 입장을 고수하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세계적인 압박에 밀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1년 연기를 결정했다.


IOC는 24일(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내년으로 연기한다. 늦어도 2021년 여름까지는 개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아베 총리와 바흐 위원장이 전화 회담을 마친 뒤 1시간 여 만에 나온 성명이다.


NHK에 따르면, 전화 회담을 마친 뒤 아베 총리는 “전 세계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관객들에게 안전한 대회가 될 수 있도록 1년 정도 연기하는 것을 골자로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1년 연기에)바흐 위원장과 의견 일치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늦어도 2021년 여름까지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개최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대회 취소는 하지 않기로 바흐 위원장과 합의했다”는 내용도 강조했다. IOC 역시 “현재 취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2020 도쿄올림픽의 예정된 개최기간은 올 7월24일부터 8월9일까지였다. 대회 공식 명칭은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유지한다.


올림픽 정상 개최가 불발된 것은 1940년 일본 도쿄 대회 포함 이번이 6번째다. 취소가 아닌 연기는 근대올림픽 124년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5차례 불발 사례들은 모두 취소된 대회다. 연기는 100여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올림픽 사상 최초다. 그만큼 코로나19의 위력은 거세다.


연기된 도쿄올림픽. ⓒ뉴시스 연기된 도쿄올림픽. ⓒ뉴시스

IOC나 일본도 절대 바라지 않던 시나리오인 ‘취소’의 강은 건넜다. 그러나 연기에 따른 IOC가 풀어야 할 난제는 산적하고, 1년을 더 준비하고 관리해야 하는 일본의 경제적 손실은 막대하다.


도쿄올림픽만 바라보며 땀과 눈물을 흘린 선수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출전권’ 문제다.


현재까지 40% 이상의 올림픽 출전 선수들을 선발하지 못한 가운데 이미 본선 티켓을 쥔 선수들의 자격은 유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투어 대회 랭킹 포인트에 따른 세계랭킹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주는 골프나 테니스 등은 랭킹 대회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 2021년 여름 개최된다고 가정했을 때, 2020년 포인트로 출전권을 배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림픽 축구처럼 나이 제한이 있는 종목은 현재 출전권을 쥐고 있어도 1년 연기로 인해 기준 연령을 초과하는데 이 문제도 판단이 필요하다.


내년 열리는 굵직한 국제대회 일정 조율도 필요하다. 육상과 수영은 하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보유한 종목이다. 내년 7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내년 8월에는 미국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내에서도 일정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을 우려해 ‘2년 연기’ 주장도 제기됐다.


전염병에 의한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라 종목별 국제연맹의 협조를 구할 수 있지만, 경제적 손실은 고스란히 일본이 떠안아야 한다. 미야모토 가쓰히로(宮本勝浩) 간사이대 명예교수는 NHK를 통해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 경제 손실이 6408억 엔(약 7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3500여 명의 근무하고 있는 도쿄조직위가 1년 더 운영되면, 그 비용만 수천억 원 추가된다.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인 신국립경기장 등 신축 경기장과 미디어센터 시설도 계속 관리하고 확보해야 한다. 국제방송센터와 메인프레스센터는 일본 최대 전시장 도쿄 빅사이트에 있는데 이곳은 모터쇼나 게임쇼 등이 많아 내년까지 예약 상태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이미 판매된 입장권 문제도 풀어야 한다. 도쿄올림픽 티켓 총 508만장, 패럴림픽 티켓 165만장 등 약 900억 엔(약 1조원)의 입장권이 판매됐다. 바다가 보이는 지역에 건설한 5000호 이상의 호화 선수촌 아파트 분양도 문제다. 이미 분양이 진행된 선수촌 아파트가 완공된 상태에서 입주를 1년이나 연기한다면, 그 보상 금액과 관리 비용은 추산도 어렵다.


올림픽 환상에 젖은 일본 아베 내각이 방사능 피폭 우려와 코로나19 위협에도 도쿄올림픽 강행을 외쳤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수치들이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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