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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친조국' 세력, 민주 원로들까지 권력유지에 이용했나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0.03.20 05:30 수정 2020.03.20 06:40

더불어시민당 출범에 정치개혁연합 격분

'위성정당 결론 정해놓고 명분용으로 이용당해'

정개련 백기투항 시키려 마타도어, 양정철 주도?

이해찬 대표 보다 윗줄 민주화 원로들 '한탄'


더불어시민당 출범 관련 협상을 맡았던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참고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시민당 출범 관련 협상을 맡았던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참고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민주당의 일방적인 비례연합정당 ‘폐문발차’에 정치개혁연합(이하 정개련) 측의 격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처음부터 개싸움국민운동본부 등 ‘친조국’ 단체가 주도한 더불어시민당(구 시민을위하여)과 하기로 결정하고, 정계련과의 비례연대 논의는 명분용이었을 뿐이라는 의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사실이라면, 권력유지를 위해 민주화 원로들까지 이용한 것이어서 문제가 가볍지 않다.


19일 정개련 하승수 집행위원장의 주장에 따르면, 정개련은 지난달 28일 민주당에 비례연대를 공식 제안했으며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과 논의를 진행했다. ‘비례민주당’ 창당 여부를 놓고 고민하던 민주당은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며 공개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었다. 전전긍긍하던 차에 돌파구를 마련해준 정개련에 반색하는 기류도 엿보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비례연합의 중심축은 ‘시민을위하여’로 옮겨진다. 시민을위하여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최배근 교수는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책임있는 관계자가 시민을위하여와 같이 갈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안다”며 “(정개련은) 빈 그릇 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없다”고 했다. “정개련을 지지하던 시민사회원로 중 상당수가 우리 지지로 돌아섰다”는 말도 했다.


이후 민주당 안팎에서는 ‘정개련이 비례연합 플랫폼이 아니라 정당으로 남으려 한다’ ‘정개련 측이 비례지분을 요구했다’ 등의 말이 흘러나왔다. 실제 최 교수도 지난 16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정개련은 선거 이후에도 독자정당으로 남으려고 하는 것 같다. 또 하나의 독자정당이 나오는 것인데 그게 플랫폼 정당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었다.


정개련 측은 마타도어이며 사실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비례지분 요구를 한 적이 없으며, 독자정당화할 뜻이 없다는 점을 수차례 밝혔다는 것. 정개련 측은 비례연합 논의에서 정개련을 퇴출시키거나 혹은 백기투항시킬 목적의 음해로 의심한다.


중심에는 친문 핵심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있었다. 하 위원장에 따르면 양 원장이 지난 14일 연락해와 “협상의 전권을 위임 받았다”며 “17일 까지 시민을위하여와 통합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요구했다. 양 원장이 제시한 데드라인 하루 전인 16일 하 위원장은 “연합정당의 취지를 살리려면 정치개혁연합과 소통하는 게 좋겠다”며 부정적인 뜻을 전한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바로 다음 날 오전 양 원장은 “시민을위하여와 함께 개문발차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해왔다.


민주당은 왜 정개련 아닌 시민을위하여 선택했나


사실 정개련과 시민을위하여는 표면적으로는 비슷한 형태와 취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뜯어보면 내용은 다른 면이 적지 않았다. 정개련은 유럽식 비례연합형태를 지향, 제정당 간 공통분모를 도출하고 정책과 법률이 선결과제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례연합이 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다. “정의당을 끝까지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반면 시민을위하여는 ‘미래한국당의 비례의석 차지’를 막겠다는 목표만 내세웠다. 이 취지에 동감하는 정당과 함께한다고 했지만, 굳이 정의당 등 반대하는 소수정당들을 설득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지도 않았다. 민주당이 단순히 위성정당을 만들고자 했다면, 시민을위하여 측이 훨씬 더 구미에 맞는 형태임은 분명하다.


물론 민주당은 소수정당 배려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위성정당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시민을위하여를 선택한 이유는 시간상 촉박했다는 점을 든다. 시민을위하여가 이미 형식상 정당의 모습을 갖추고 있어 연합이 용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념이나 성소수자 문제 같은 불필요한 논란이 불거질 수 없는 정당과는 연합하기 어렵다”며 민주당 주도의 정당 선별과정이 있었다는 점을 들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양 원장이 애당초 민주당 위성정당을 만들기 위해 시민을위하여 창당에 깊이 개입했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한다. 결과적으로 민주당 입맛에 맞는 위성정당 창당과정에 정개련은 명분쌓기용 중간다리로 이용되고 버려진 셈이다.


민주 원로들의 배신감 “민주당, 사적 집단에 의해 운영돼”


정치개혁연합 조성우 공동대표 ⓒ뉴시스 정치개혁연합 조성우 공동대표 ⓒ뉴시스

문제는 정개련의 구성원이 민주당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시민사회 원로들이었다는 점이다. 쉽게 쓰고 버릴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는 얘기다. 대표적으로 함세웅 신부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창립을 주도한 민주화 운동사에 빠지지 않는 원로 중 한 명이다. 한완상 전 부총리는 박정희 정부 시기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고, 광주민주화 항쟁 당시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에 연루돼 모진 고문까지 받았던 인물이다. 민주당 최고 어른인 이해찬 대표 보다도 윗줄의 선배들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결정에 놀란 원로들이 일부 최고위원들에게 연락을 했고, 남인순 의원 등은 “원로들과 충분히 상의하지 않았다”며 우려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양 원장의 보고를 받은 이 대표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 이에 한 권리당원은 게시판에 “민주 원로들이 있는 정개련과 하기를 원했는데 다른 정당들과 함께하기로 했다”며 “민주당원들의 명령에 대한 배신”이라고 적기도 했다.


실제 정개련을 주도한 원로들은 배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신필균 정개련 공동대표는 “민주당이 더 이상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받은 정당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민을 위한 공당이 아니라 사적 집단 같은 일부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조성우 공동대표는 “양 원장을 비롯한 소수의 사람들이 준동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이른바 ‘친문·친조국’ 세력을 정조준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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