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끝없는 나락 속으로...반등 믿었던 개미 '매수 악순환'
입력 2020.03.20 05:00
수정 2020.03.20 00:30
주식거래 신규 계좌수 급증, 20~30대 고객들 증가세
개인투자자 3월 6.6조 순매수에도 손실 부담은 확대
"요즘 주식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회귀했는데 증권계좌를 새로 트는 신규고객들이 급증하면서 증권사 지점이 다시 바빠졌다. 주식투자를 잠시 쉬었던 고객들도 최근 다시 문의가 오고 있고, 기존고객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들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A 대형증권사 왕십리 지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로 증시가 연일 폭락하고 있지만 뒤늦게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고객들이 크게 늘면서 증권사 지점들도 덩달아 분주해지고 있다. 최근 주식거래 신규 계좌 수는 최근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새로 개설된 증권 계좌 수가 3000만개를 돌파했다. 최근 신규 고객들 가운데 20~30대의 젊은 고객층 비중이 커졌고 직접투자에 나서는 고객들이 늘면서 증권계좌수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의 비대면 계좌개설도 이달들어 급격하게 증가했다. NH투자증권의 비대면 계좌개설 월별 평균 계좌수는 1월(1만9468개) 보다 2월(11만3999개)에 5배 이상 증가했다. 3월 기준으로는 지난 1월에 비해 10배나 늘어난 규모다. 미래에셋대우도 2월 (월별 기준) 계좌가 5만6851개로 전월(3만8864개) 대비 46%가 증가했다.
개인투자자, 이달만 8.6조 순매수…배팅 종목마다 20% 이상 손실
바닥을 믿고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미들은 최근 주가 폭락이 이어지며 망연자실한 상태다. 주식매수를 하면 할수록 손실도 그만큼 커지고 있어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달(3월 2일~19일) 들어서 8조6319억원의 자금을 쓸어담았다. 이는 같은 기간 9조5000억 넘게 팔아치운 외국인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주가 하락에 대한 공포가 커질수록 개미들의 매수 공세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지난 9일에는 개인투자자들이 하루만에 1조2799억원를 사들였다. 이때 2000선이 깨지며 1980선에서 시작한 증시는 1950선으로 주저앉았다. 이후 11일에도 개인은 1조가 넘는 자금을 담았는데 이때 증시 역시 1960포인트에서 장을 시작해 1908포인트까지 낮아졌다. 지난 16일에도 코스피는 1805에서 1714로 뚝 떨어졌다. 이날 개인은 9000억원 넘게 주식을 사들이며 낙폭으로 인한 직격탄을 입었다.
주식을 매수할때마다 낙폭이 이어지면서 개인들의 매수세도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이 매수 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주식시장은 날마다 하락세를 보이며 1400대로 주저앉았다.
신용거래융자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합쳐서 8조 1417억원 규모로 최근 최고치를 찍었던 10조원대보다 꾸준히 줄고 있다. 주식 폭락이 이어지면서 빚을 내 주식투자에 나선 여력도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인투자자는 지난 한달간 삼성전자를 총 5조2228억원어치 사들였다. 이 기간동안 삼성전자 주가 등락률은 -23.25%였다. 그 다음으로 많이 사들인 SK하이닉스(-28.33%), 삼성전자우(-25.49%), 현대차(-44.53%), 한국전력(-34.10%)로 한달간 큰 폭의 손실을 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가한 젊은 고객들 중에는 주식투자를 한번도 안해본 고객들이 많이 몰리고 있는데 바닥이라고 생각하고 무작정 투자에 나서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약세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신중하게 주식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