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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4년 만에 20달러대…'엎친데 덮친' 정유업계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입력 2020.03.18 18:15 수정 2020.03.18 18:30

코로나19·산유국간 치킨게임에 국제유가 26.95달러

정유-석유화학업계·美 셰일업계 수익성 전망 불투명

미국 텍사스 미들랜드의 석유 굴착기와 펌프잭의 모습ⓒ뉴시스 미국 텍사스 미들랜드의 석유 굴착기와 펌프잭의 모습ⓒ뉴시스

석유 감산 합의 불발로 시작된 증산 경쟁으로 국제유가가 20달러 선까지 주저 앉았다. 2016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국내외 산업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정유업계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1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6.1%(1.75달러) 하락한 26.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서 이란산 석유가 풀릴 것으로 예상돼 공급과잉을 우려하던 2016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최근 국제유가의 폭락한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 간 유가 전쟁 때문이다. 최근 주요 산유국간 협의체인 OPEC+가 원유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사우디와 UAE, 러시아는 증산을 앞다퉈 실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석유 수요가 크게 줄은 상황에서 증산이 이어질 경우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유가는 당분간 '저유가'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돼 국내 정유·화학업계의 수익성 고민이 커지고 있다. 유가가 떨어지면 '재고평가손실'이 급속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1~2달 전에 사들인 원유 가격을 원가에 반영하는데 지금처럼 유가와 수요 모두 감소하면 오히려 재고평가손실이 커지게 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달러 하락할 때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7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까지 정유사들은 업황 부진을 겪으며 영업이익이 만헥는 반토막 나 더욱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2693억원으로 전년 대비 39.6% 감소, 에쓰오일은 4492억원으로 29.8%, GS칼텍스는 8798억원으로 28.7%, 현대오일뱅크는 5220억원을 기록하며 21% 축소된 바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정유업체들은 국제해사기구 규제(IMO 2020) 효과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예상했으나 마진 개선이 미미하고 코로나19와 유가 급락이 겹치면서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화학과 배터리 사업 등 에너지 전환관련 투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부채비율도 높은 수준이라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차입금 상환 등에 자금을 써 큰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셰일오일 업체들의 구조조정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에너지 조사기관에 따르면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의 손익분기점 가격은 배럴당 44.9달러다. 생산 원가를 견디지 못한 중소형 업체들의 도산도 예상되고 있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자원개발(E&P) 업체의 경우 수익성 둔화와 재무구조 악화 우려가 깊어질 수 밖에 없다"며 "현지 주요 독립 E&P 업체의 볼룸버그 추정 1년 부도 확률은 일주일만에 소폭이지만 상향 조정됐다"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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