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원 나라의 보물, 취입이 시급하다
입력 2020.03.18 08:20
수정 2020.03.18 08:07
한국형 소울로 할 만해서 가치가 있는 것
변성기 닥치기전 희소자원의 취입 시급
보물의 대표적인 특징은 희소성이다. 흔하고 흔해서 언제나 구할 수 있으면 보물이라고 하지 않는다. 바로 정동원의 목소리가 희소하다. 곧 사라지기 때문이다. 변성기가 닥치면 다시는 못 들을 소리다. 그래서 귀하다.
희소하다고 다 보물이 아니라 가치도 있어야 한다. 정동원은 가치를 증명했다. 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곡해석력과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음색, 표현력이 그것이다.
이번 결승전 작곡가 미션에서 부른 ‘여백’은 노년에 인생을 회고하는 느낌의 가사여서 아이가 부르면 우스꽝스러워질 수 있었다. 정동원이 부르는 것 자체가 상당한 무리였는데도 그걸 어색하지 않게 소화했다.
인생곡 미션에서 부른 배호의 ‘누가 울어’도 아이가 표현할 수 있는 감성이 아니었다.
‘멀리 가버린 내 사랑은, 돌아올 길 없는데, 피가 맺히게 그 누가 울어 울어, 검은 눈을 적시나’
도대체 이런 처연한 노래를 어떻게 아이가 소화한단 말인가? 정동원은 그걸 해내는 희귀한 재능을 가졌다. 가히 한국형 소울이라고 할 만하다. 그래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오디션 초반부터 정동원 팬덤이 형성된 이유이기도 하고, 또 정동원이 결승까지 진출한 원동력이기도 했다. 단지 아이라서 귀엽다는 정도라면 팬덤의 열기가 지금 같지 않았을 것이고, 경연에서도 중반 이전에 탈락했을 것이다.
정동원 목소리의 힘은 첫 곡인 ‘보릿고개’에서부터 나타났다. 대선배이자 원곡자인 진성이 정동원의 ‘보릿고개’에 눈물을 흘렸다. 구슬픈 정조와 낭랑한 미성의 조화가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데스매치에선 당연히 안정적인 가창력의 남승민에 밀려 떨어질 거라고 예측했었는데, 색소폰 연주로 음악적 내공을 과시하더니 ‘사랑은 눈물의 씨앗’으로 애달픈 감동을 전해주며 10대 1로 다음 회에 진출했다. 단지 아이가 대견하다는 이유로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준 것이 아니다. 성인 수준에서 견주어 봐도 정말 정동원에게 음악적 힘이 느껴졌기 때문에 10대 1이란 결과가 나온 것이다.
팀미션 패밀리가 떴다 메들리에선 정동원의 목소리가 대한민국을 울렸다. 초반에 ‘청춘’ 솔로곡으로 1차 감동을 주더니, 마지막에 ‘희망가’를 부를 때 정동원의 목소리가 시청자들의 가슴에 꽂혔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이 가사가 정동원의 목소리에 얹히자 그 어떤 성인의 가창보다 더 회한 어린 정조를 듣는 이에게 가슴 저미도록 전해줬다. 세상의 때가 타지 않은 아이의 목소리라서 오히려 더 폐부를 찌른 것이다. 이때 수많은 시청자가 눈물을 흘렸다.
정동원은 노래할 때 멋을 부리지 않는다. 쓸데없는 버릇도 없다. 노래를 정확하고 정직하게 부른다. 그게 청아하고 낭랑한 목소리와 더불어 순수하다는 느낌을 준다. 듣는 이의 마음을 정화시킨다. 그런데 음색에 심금을 울리는 호소력이 있다. 저마다의 가슴 속에 있는 한을 건드린다.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가사도 어떻게든 해석해 자기 나름대로 표현해내는 곡 해석력과 표현력도 놀랍다.
그 목소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엄청난 희소자원이다. 그래서 보물이다. 변성기가 닥치면 사라진다. 그 전에 남겨둬야 한다. 취입이 시급한 이유다. 더 늦기 전에 많은 노래들을 녹음해야 한다. 마이클 잭슨이 어렸을 때 녹음한 노래들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라디오에 나온다. 팝의 자산이다. 정동원이 지금 녹음한 노래들도 케이팝의 자산이 될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