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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는 왜 '대구'로 갈수밖에 없었나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0.03.16 06:10 수정 2020.03.15 22:30

洪 무소속 출마로 3파전 시 경남 양산을 보다는

보수 텃밭 대구 수성을이 당선 가능성 훨씬 높아

원내 입성 절실 洪, 수성을은 당선 위한 최적 지역

'김두관 당선 1등 공신은 洪' 비판 리스크도 제거

지난해 2월 7일 데일리안과 인터뷰 중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해 2월 7일 데일리안과 인터뷰 중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대구 수성을에서 대구 시민들의 시민 공천으로 홍준표의 당부를 묻기로 했다. 불꽃선거로 압승해 다시 당으로 돌아가 2022년 정권 탈환의 선봉장이 될 것이다."


4·15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에 출마하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現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총선 승리 의지를 불태웠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는 17일) 화요일 오후 2시 대구 수성못 이상화 시비 앞에서 대구 (출마) 선언문을 밝힐 것"이라며 "황(교안 대표)과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이 합작한 협잡으로 공천이 배제된 이 황당한 경우를 대구 시민들의 도움으로 헤쳐 나가 한국 정치 중심에 다시 우뚝 설 것"이라고 말했다. 탈당은 무소속 후보 등록하기 직전인 25일에 한다고 밝혔다.


대구 수성을은 주호영 의원이 내리 4선을 한 곳이지만 주 의원이 수성갑에 전략공천을 받으면서, 통합당은 정상환 변호사와 이인전 전 경북도 경제부지사 간 경선을 통해 후보를 결정하기로 했다.


당초 홍 전 대표는 자신의 고향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했지만, 당 지도부와 공관위의 거듭된 '서울 강북 험지' 출마 요구에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을'에 공천을 신청했다. 그러나 공관위는 지난 5일 홍 전 대표를 컷오프(공천 배제)했고, 이에 반발한 홍 전 대표는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 출마를 강행하기로 했다.


홍 전 대표의 컷오프 소식이 알려진 직후 정치권에선 "홍 전 대표가 경남 양산을이나 밀양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평소 홍 전 대표가 'PK(부산·울산·경남) 선거 구심점'이 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혔고, 지난달 20일 공천 면접을 본 직후에는 양산을 공천 심사에서 탈락할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공언하면서다.


그러나 홍 전 대표는 완전히 방향을 틀어 대구 수성을 출마로 마음을 굳혔다. 이 같은 홍 전 대표의 결정을 놓고 정치권 일각에선 "지난 15대 대선 당시 보수 진영에서 '역적'이 됐었던 이인제 전 의원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1997년 신한국당(現 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인제 후보는 이회창 후보에게 패배했지만, 이에 불복해 탈당한 후 국민신당을 창당해 15대 대선에 출마했다. 이인제 후보는 19.2%,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는 38.7%, 김대중(DJ)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는 40.3%를 각각 획득해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회창·이인제 후보가 얻은 표를 단순 합산하면 DJ의 득표율을 훨씬 웃돈다. 이 같은 결과를 놓고 보수 진영에선 "김대중 당선의 일등 공신은 이인제"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이처럼 홍 전 대표도 무소속으로 양산을에 출마했다가 통합당 후보와 표를 나눠 먹어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표 잠식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게 되고 자연스레 대권에선 멀어지게 되는 만큼, 삼파전을 치러도 당선 가능성이 훨씬 높은 대구 수성을 출마를 택했다는 관측이다.


양산을은 삼파전을 치를 경우 홍 전 대표의 당선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지역이다. 문 대통령의 사저가 있다는 정치적 상징성이 있고, 여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두관 의원이 버티고 있는 만큼, 보수당 입장에선 만만한 지역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홍 전 대표와 통합당 후보가 보수 진영의 표를 나눠먹기 한다면, 김두관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진다.


반면, 대구 수성을은 보수 텃밭 중에 텃밭인 만큼, 민주당에서 이상식 후보가 출마한다고 하더라도, 통합당 후보와 홍 전 대표 간 '2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통합당은 정상환 변호사와 이인전 전 경북도 경제부지사 간 경선을 통해 후보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어떤 후보가 나와도 대선 후보까지 한 홍 전 대표와 '체급' 차이가 상당한 만큼, 홍 전 대표 입장에선 대구 수성을은 원내 입성을 위한 최적의 지역이다.


이와 관련, 통합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지금 당장은 '오로지 당선 가능성만 보고 양산에서 대구로 올라왔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겠지만, 자신이 '제2의 이인제'가 될 수 있는 리스크를 제거한 것은 물론 원내 입성 가능성을 높인 만큼, 홍 전 대표 입장에선 매우 효율적인 판단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만약 양산을에서 김두관 후보가 당선될 경우, 당 지도부와 공관위는 공천에 대한 책임론에 직면하게 될 테고, 홍 전 대표는 이 타이밍을 잡아서 당 지도부를 본격적으로 흔들면서 당내 권력 지형을 재편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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