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물러선 바흐 IOC 위원장 “도쿄올림픽, WHO 권고에...”
입력 2020.03.14 00:01
수정 2020.03.16 07:00
WHO가 요청하면 도쿄올림픽 개최시기 조정 검토 취지 답변
“추측이나 가정에 답하지 않겠다”는 단호했던 입장과 온도차
일본 아베 총리와 함께 ‘2020 도쿄올림픽’ 7월 개최에 물음표를 달지 않았던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거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세에 한 발 물러섰다.
바흐 위원장은 12일(한국시각) 독일 ‘ARD’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예정대로 7월24일 개회식을 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WHO(세계보건기구)가 대회 중지를 요구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WHO 조언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전이었던 이달 초까지만 해도 바흐 위원장은 “(도쿄올림픽 연기나 취소와 같은)추측이나 가정에는 대답하지 않는다. IOC 회의에서도 그런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분명 한 발 물러선 입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19가 발원지 중국에 이어 한국 등을 넘어 유럽과 미국으로 퍼지면서 세계적 대유행의 위세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확진자가 늘어나고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독일 출신인 바흐 위원장도 코로나19의 매서운 맛을 실감할 수밖에 없는 요즘이다.
올림픽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는 IOC다. 취소를 결정하면 IOC는 개최도시에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보하고 60일 이내에 사태가 진정 내지 개선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2016 브라질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했지만 WHO가 개최 50일 전 "올림픽 개최로 감염이 퍼질 위험은 낮다"는 견해를 밝혀 예정대로 올림픽이 진행됐다. IOC는 도쿄올림픽의 7월 개최 방침을 고수하면서도 WHO의 진단을 들어보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제기하는 ‘올림픽 무관중경기’에 대해서는 경제적 손실도 손실이지만 올림픽의 권위와 의미가 훼손된다는 점에서 바흐 위원장은 불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무관중경기가 아니라면 현재로서는 연기 내지는 취소뿐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도는 올림픽 개최를 준비하면서 3조 엔(34조 8873억 원)이 넘는 거액을 쏟아 부었다. 일본 정부나 도쿄올림픽조직위가 올림픽을 취소하면 손실을 보전 받지 못한다.
물론 IOC로부터 중지 권고가 나오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을 기회로 동일본대지진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 등의 부흥을 알리려던 아베 일본 총리의 꿈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방사능 피폭 우려에도 도쿄올림픽을 위해 인프라 구축에만 15조 넘게 퍼부은 아베 정권 입장에서 도쿄올림픽의 연기나 취소는 정치적 치명타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0 도쿄올림픽’을 1년 연기하는 방안을 처음으로 거론했다.
12일(한국시각) 백악관에서 공개한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아일랜드 총리와 회담에 앞서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올림픽 무관중경기는 볼 수가 없다. 텅 빈 경기장에서 치르는 것보다 1년 연기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지난 3일만 해도 도쿄올림픽 개최와 관련한 질문에 “아베 총리가 결정할 일”이라고 즉답을 피했던 것과는 다른 반응이다.
IOC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올림픽이 미국 의존도가 높은 것은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도쿄올림픽 14개 메인 스폰서 가운데 절반 이상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이다. 도쿄올림픽 중계를 위해 11억 달러(약 1조 3310억 원)을 퍼부은 미국 NBC는 올림픽 주관 방송사다.
세계적 압박 속에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내에서나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도 7월 개최에 비관론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아베 총리나 IOC에 묵직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