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식품, 코로나19 여파에 신사업 발목...카페 론칭 무기한 연기
입력 2020.03.13 16:34
수정 2020.03.13 19:36
외출 꺼리는 현상 등 외식업계 직격탄, 내실다져 개점 시기 재설정
40년 고집 꺾고 카페 준비…콩 활용한 다양한 매뉴 선보일 예정
수년간 히트 신상품 부재…젊은층 유입 등 브랜드 신성장동력 필요
정식품 서울 회현동 신사옥 ⓒ정식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정식품의 카페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시민들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로 외출을 꺼리는 현상이 지속된 탓이다. 이번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여기고 전력을 쏟았던 정식품은 내실을 다져 개점 시기를 재설정 할 계획이다.
정식품은 현재 회현동 본사 사옥 인근에 직영 매장 1호점의 인테리어 작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사태를 ‘팬데믹’으로 선언하는 등 심각성이 가중되면서 오픈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결단, 카페 공식 오픈 계획을 미뤘다. 회사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식품은 당초 올 봄을 기점으로 카페 오픈을 계획했었다.
베지밀 및 식물성 건강음료를 생산·판매하는 기업으로 알려진 정식품이 카페 사업에 눈을 돌린 것은 ‘성장 정체’에 있다. 두유 시장은 지난 2011년 구제역 사태 당시 우유 공급 대란이 발생하면서 대체품으로 반사이익을 얻어 시장규모가 한 때 4000억원대까지 급성장했다. 하지만 커피 등 대체 제품 시장이 커지고 두유에 대한 젊은 층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특히 1973년 창립 이래 40년 이상 두유시장 1위를 지켜오고 있지만 베지밀 이후 히트작이 부재하다는 점 역시 신사업에 대한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식품의 오리지널 베지밀은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정식품의 매출은 수년째 2000억대 초반에 멈춰 서 있다. 정식품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1874억에서 ▲2017년 2344억 ▲2018년 2522억을 기록했으나, 같은 시기 순이익은 각각 102억, 88억, 155억으로 들쑥날쑥하면서 안착에 애를 먹고 있다. 연구개발비 역시 2016, 2017년 18억원을 유지, 2018년에도 20억원에 그쳤다.
정식품은 오래된 브랜드의 이미지를 상쇄하고 젊은층을 잡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지난 2012년부터 두유 음용층을 20~30대 젊은 층으로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커피두유’ ‘다이어트용 두유’ 등 다양한 신제품들을 연이어 출시하는데 공을 들였다.
그러나 젊은 층 고객들의 주요 음료 구매 채널인 편의점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두유 제품은 우유·음료 등 다른 제품군에 비해 매출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유음료에 해당하는 흰우유, 가공유 등 유제품 매출이 지난 2018년과 2019년 각각 3.5%에서 4.5% 증가한 반면, 같은 시기 두유 제품의 경우에는 14.4%에서 6.5%로 성장세가 절반 이상 꺾였다.
정식품, 연령별 베지밀 맞춤 제품 6종 ⓒ정식품
이 같은 상황이 맞물리면서 정식품은 카페 사업 카드를 통해 반전을 꾀하는 모양새다. 정식품은 오랜시간 카페 사업 신설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구체적 사업모델 실현을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비공개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카페 사업은 기존의 정식품이 가진 올드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젊은층을 유입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정식품은 장수브랜드로 소비자 신뢰도는 높지만 브랜드 경쟁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젊은층 유입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정확한 오픈 시기와 함께 구체적인 카페 이름과 콘셉트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대표 제품 두유 등 ‘콩’을 기반으로 오랜시간 성장해 온 만큼, 전반적인 매뉴 구성은 콩을 이용해 기존 카페와 차별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기존의 모유와 우유 속 유당 성분을 소화하지 못하는 유당불내증 환자도 먹을수 있는 정식품의 대표 제품 베지밀 등을 활용한 음료 및 디저트 메뉴를 선보일 경우, 웰빙트렌드와 맞물리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업계 내에서는 이번 카페사업이 정식품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가지 사업만으로는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현 상황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브랜드 인지도를 상승시킬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카페 사업의 경우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있어 리스크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이 크다.
실제로 최근 유업계는 사업 품목인 유제품을 활용해 만든 디저트를 앞세워 카페 사업에 발을 들이면서 순항 중이다.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카페나 팝업스토어 형태의 점포를 직접 운영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매일유업 ‘폴바셋’ ▲남양유업 ‘백미당’ ▲서울유유 ‘밀크홀1937’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유업체들의 디저트 카페 사업은 라떼라든지 아이스크림이라든지 우유가 주재료로 사용되고, 카페의 원부자재중에서도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모기업으로부터 제품을 납품을 받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면서 “안정성과 위생 등 시스템 역시 지속적으로 보장 받을 수 있고,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함께 소비자와 소통하는 안테나숍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식품 관계자는 “정식품 TF팀에서 대외비로 워낙 신중하게 진행 중인 사업이라 현재로서는 카페 사업과 관련해 유의미한 정보를 주긴 어렵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