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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떠나 대구 택한 홍준표…문제는 '명분'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입력 2020.03.12 16:19
수정 2020.03.12 16:48

홍준표, 고향 경남 떠나 무소속으로 대구 출마 선언

당 공천 '막천' 맹폭…"상대 당선 보장하는 '이적공천'"

"양산 무소속 출마 검토했으나 승산 반반으로 봐 포기"

당 일각 "당선 가능성만 본 것 아니냐, 명분 없다" 비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제21대 국회의원 예비후보자 공천 면접심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12일 공천 신청을 했다 컷오프된 경남 양산을 떠나 무소속으로 대구에 출마할 것을 선언했다. 당초 고향인 경남 창녕·밀양 출마를 희망했다 양산시을 지역으로 선회했던 홍 전 대표가, 결국 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컷오프를 당하자 재차 지역을 옮기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홍 전 대표는 당 공관위의 '막천'에 의한 피해자라며 자신을 대변했지만, 자신의 정치행보를 고려한 이기적인 결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홍 전 대표는 12일 양산시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로 양산을 지역구 출마를 포기하고 예비후보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했다"며 "대구로 간다. 대구 12개 지역구 주에서 정치적 부담이 없고 얼굴이 부딪히지 않는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미래통합당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은 출마하기 곤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홍 전 대표의 유력한 출마지로 거론되는 지역은 수성구을이다. 해당 지역은 주호영 의원이 4선을 지내고 있는 곳으로, 주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옆 지역구인 수성구갑으로 옮겨 김부겸 더불어민주당과 승부를 예고한 상황이다. 홍 전 대표가 지난 2018년 당협위원장을 맡았던 대구 북구을 지역도 후보지로 점쳐진다. 홍의락 민주당 의원이 현역 의원으로 있는 곳이다.


이날도 홍 전 대표는 자신이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자행한 '막천'의 희생양임을 강조했다. 그는 "공관위는 추가 공모를 통해 출마 의지도 없었던 후보를 끼어 넣어 여론조사 경선을 발표하고 대신 나를 제외해 버렸다"며 "가장 이길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경선에서 고의적으로 배제시키는 것은 우리 당 후보의 승리보다는 상대 당 후보의 당선을 보장하는 이적 공천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출마 지역을 대구로 정한 이유로 홍 전 대표는 "양산 무소속 출마도 검토했지만 3자가 출마하면 승산을 반반으로 봤다. 자칫하다간 김두관 의원을 당선시킬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 양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홍 전 대표가 이 같은 이유로 고향인 경남을 떠나 대구를 출마지로 선택한 것이 결국 '자충수'가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명분이 결여됐다는 이유다.


한 통합당 중앙당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결국 자신의 당선 가능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에 따라 결정했다는 얘기 아닌가"라며 "홍 전 대표는 줄곧 수도권 지역의 험지 출마 요구를 거부하며 고향 출마를 주장해왔으면서 결국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공관위의 컷오프 결정으로 홍 전 대표 측도 서운하고 억울한 점이 있다는 것은 십분 이해하지만, 차라리 기존 지역에서 당당하게 싸우는 게 거물급 정치인으로서의 모범이 아닐까 싶다"고 언급했다.


대구 출마를 준비 중이었던 통합당 예비후보들로부터도 볼멘 소리가 쏟아졌다. 출마지로 가장 유력한 대구 수성구을에서 경선을 준비하고 있는 이인선 전 경상북도 경제부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홍 전 대표에게 수성을은 연고도 명분도 없는 곳이다. 대선주자급 후보답지 않은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 전 부지사의 경쟁 상대인 정상환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도 "홍 전 대표는 대선후보였던 거물이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험지 출마를 거부하고 자신의 당선 가능성만 생각하는 구시대의 거물이 아니다"고 강변했다.


통합당의 전체적인 총선 전략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 전 대표라는 거물급 인사가 대구 출마를 결정하며, 역시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돼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고 있던 대구·경북(TK) 지역 현역 의원들(곽대훈·정태옥·강석호·백승주)과 이른바 '무소속 연대'를 결성할 가능성이 제기된 탓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어렵사리 통합당이라는 이름으로 합쳐 놓고, 텃밭이라 평가받는 TK 내부서부터 사분오열하는 모습이 비춰지면 전체 유권자들에게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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