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초점] ‘더블 캐스팅’의 큰 그림?… 앙상블 배우·CJ ENM의 상부상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3.09 21:07 수정 2020.03.10 08:03

업계 관계자들, 대부분 프로그램 방향성 호평

ⓒtvN ⓒtvN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이다. 국내 뮤지컬 산업이 성장하면서 앙상블 배우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연급 실력이 없는 배우’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


지금의 뮤지컬 작품을 살펴보면 앙상블로 시작해 차근히 주연의 자리를 밟게 된 배우들도 있지만, 티켓파워를 보유한 스타 캐스팅이 아직은 더 무게가 실린다. 대극장 작품의 대다수는 스타 캐스팅이 중심이다. 이렇다 보니 실력 있는 앙상블 배우들이 올라갈 통로가 좀처럼 보이지 않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된 tvN ‘더블 캐스팅’ 제작은 앙상블 배우들에게 희소식이었다. 프로그램은 누구보다 열심히 뮤지컬 무대를 채우고 있지만 주목 받지 못했던 앙상블 배우들에게 무대의 주인공이 될 기회를 마련해 준다. 현재 앙상블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이 대극장 뮤지컬의 주인공 자리를 두고 경연을 펼치고 있다.


공연 제작사 스토리피 조한성 대표는 “뮤지컬에서 앙상블은 비교적 주목받기 어려운 역할이다. 그러나 현재 대중들이 많이 아는 주인공 역을 맡는 뮤지컬 배우들은 앙상블 시기를 거친 후 지금의 자리에 올라간 경우가 많다. ‘더블캐스팅’은 앙상블을 재조명하고 뮤지컬을 볼 때 주연 배우만 보는 것이 아닌 전체를 관심가지고 볼 수 있게 하는 순기능을 한다고 본다. 더불어 젊고 유망한 신인들에게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며 프로그램을 반겼다.


뮤지컬 배우 관련 오디션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MBC에브리원 ‘캐스팅콜’, 채널A ‘ 2019 DIMF 뮤지컬스타’ 등이 있었다. 이전의 프로그램과 ‘더블 캐스팅’의 다른 점이라면 ‘앙상블’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들의 이야기가 함께 존재한다는 데 있다.


‘더블 캐스팅’의 이민정 PD는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내던 앙상블 배우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앙상블이라는 단어는 원래 ‘조화’라는 뜻이다. 이 사회 곳곳에서 주연이 아니더라도 성실하고 훌륭하게 살아가는 수많은 조역들에게 힘이 되는 프로그램이었으면 좋겠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CJ ENM ⓒCJ ENM

공연 홍보사 로네뜨 김혜경 대표는 “앙상블을 조명하겠다는 취지가 굉장히 색다르고 좋다. 앙상블 배우들 개인의 역량을 자세히 들여다 볼 기회가 현장 스탭에 비해 적은편이다. 때문에 ‘더블 캐스팅’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듣고 볼 수 있어 친밀함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 역시 ‘더블 캐스팅’의 성공을 예감하면서 한 예로 해외 뮤지컬과 영화 콘텐츠의 교류를 예로 들었다. 원 교수는 “영화를 보면 뮤지컬 무대가 궁금해지고, 뮤지컬을 보면 영화가 궁금해진다. 무대와 영상의 결합은 직접적인 형태의 변화인데,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다양한 시도가 있어야 한다”면서 “그것이 바로 오디션 프로그램과 무대의 결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력 있는 배우들이 인정을 받고, 그 배우가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또 스타급 배우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배우와 작품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포맷”이라며 프로그램의 신선한 시도를 추켜세웠다.


주목할 점은 CJ ENM의 영리한 선택이다. 인지도가 없는 앙상블 배우를 실력만으로 주연 자리에 세우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다. 하지만 ‘더블 캐스팅’은 배우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로 프로그램의 질을 높였고, 결국 프로그램 자체가 뮤지컬 작품의 안전장치가 된 셈이다.


김혜경 대표 역시 “뮤지컬은 작품성 외에 주연배우들의 캐스팅이 흥행을 좌우하기 때문에 이런 취지의 프로그램은 다소 모험적일 수 있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시청자와 문화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이고, 실력까지 검증 된 배우라면 조금이나마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최후의 1인이 서게 될 작품으로 CJ ENM이 제작하는 뮤지컬 ‘베르테르’를 선택한 것도 그렇다. 이 작품은 2000년 초연 이래 20년간 사랑 받아온 창작 뮤지컬이다. 관계자들은 ‘베르테르’를 이른바 ‘N차 관람’의 시작이 된 작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마니아층이 두터운 것에 비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작품은 아니다. 결국 CJ ENM은 마니아층을 확보해 놓은 작품에 ‘더블 캐스팅’을 통해 대중성까지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원종원 교수는 “배우가 모두 뛰어날 수 없기 때문에 특정 작품을 선정하고 그 작품의 주인공이라는 목표의 근사치에 맞는 배우를 뽑는 건 매우 영리한 선택이다. ‘베르테르’는 성공한 작품이고, 창작 뮤지컬로서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라고 평했다. 다만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더 대중적인 작품을 선택했다면 시청자들이 캐스팅 과정에 참여하면서 캐릭터에 대해 이해하고 납득 혹은 반발함으로써 끌어낼 수 있는 재미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